- 잘하는 것을 더 잘할수 있도록 도와주자-
비평준화 지역인 oo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일이다. ‘추가합격’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경민이는 자신이 전교 꼴찌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경민이의 위축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하루는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우울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아마 자신의 성적을 학년부장인 내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경민이는 자신이 전교 꼴찌라서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도 알까 봐 창피하고 늘 기가 죽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남보다 잘하는 게 없다며 속상해하는 경민이를 꼭 도와주고 싶었다. 경민이는 성적은 안 좋은 편이었지만 예의 바르고 학교규칙을 잘 지키는 착한 아이였다.
경민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혹시 마술을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다른 아이들이 못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다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마술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찾아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나중에 부모님의 허락으로 경민이는 마술을 배우게 되었고, 얼마 후 카드를 들고 찾아와 카드 마술을 보여주었다. 대단한 마술은 아니여도 나는 격하게 감동하며 짧은 시간에 이렇게 재미있는 마술을 배웠다니 멋지다며 추켜세웠다. 그 후에도 수시로 새로이 배운 마술을 나에게 선보였다. 그래서 나는 기왕 배운 거 이번 축제 때 출연해보라는 권유를 했다.
경민이는 맨 처음에는 부끄러하며 싫다고 하더니 축제에 출연하는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고 들떠서 찾아왔다. 마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경민이가 착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칭찬했다. 갈수록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 마술에 잘 맞는다고 했다. 선생님은 경민이의 축제 참가를 위해 아끼는 비둘기까지 빌려주셨다. 경민이의 떨리는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비둘기가 옷속에서 실례를 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경민이가 빛나는 조명 속에 비둘기쇼, 카드마술에 모래마술까지 펼치니 아이들은 열광했다.
경민이는 축제 이전과 이후의 자기 삶이 달라진 것 같다며 너무 기뻐했다. 이제는 자기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받기도 하고 여학생들로부터 사귀고 싶다는 문자도 받았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남들이 잘 모르는 우리 아이의 장점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장점에 부합한 ‘남보다 잘하는 한 가지’를 찾도록 도와주자. 경민이는 신문지와 카드 마술 등 간단한 마술을 성공하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했고, 나중에는 좀 더 어려운 마술에 도전하게 되었다. 남보다 잘하는 한 가지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자존감이 커져서 어려운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