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에 출장 가서 일만 하고 왔던 경험 외에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터키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고양이'가 아닌가 한다.
터키에 가니 가는 곳마다 고양이가 있었다. (개도 많았다.)
한국에도 길을 가면서 종종 고양이나 개들을 보긴 하지만, 터키만큼 온 길거리마다 유유자적 느긋한 동물들의 모습이 있지는 않기에 터키의 고양이와 개 구경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주인 없이 이렇게 당당하고 편안해 보일 수가 있는가!)
빵은 모름지기 호텔 빵이 맛있다냥
한 가지 느낀 점은, 터키는 행복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삶도 대우받는 느낌이었다. 잘해주지 못할 바에야 괴롭히지 않고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그래서 카페든 호텔이든 고양이의 방문을 내쫓지 않고 의례 풍경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동물을 좋아하기에 그저 보는 것만도 좋았다.
사람이야 흔하디 흔한 존재였지 고양이들은 거리 곳곳과 유적지에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늘 있었던 그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반겨주던 안방마님 고양이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고 알고 있는데, 고양이들이 종종 모여있는 모습도 보면서 신기하다 생각했다. 자칭 고양이 전문이라 하는 '다 안다' 박사님께 여쭤보니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긴 하지만 이처럼 넓은 영역이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 다투고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전문적이지는 모르지만 일리는 있어 보였다.)
신혼 고양이
그리하여서 서로의 영역이 겹치지 않고 충돌하지 않으며 서로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생활. 그건 마치 가깝지 않지만 싸우긴 더 싫었던 나의 결혼생활과 겹치는 느낌이었다.
같은 영역에 있으되 서로 충돌하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서로의 거리에서 더 이상의 다툼과 분노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뿐. 함께 할 수 없었던 남편과 나.
그러다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순간 우린 서로 멈칫하고 대치했다.
누가 먼저 다가갈 것인가. 고양이가 먼저 다가올 것인가. 내가 먼저 다가갈 것인가.
고양이가 먼저 물러설 것인가, 내가 먼저 물러설 것인가.
우린 한치의 떨림도 없이 가만히 대치한 상태로 누가 먼저든 위협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조용하고 무심한 듯이 다른 곳으로 피해 내 길을 가주었다. 그건 나의 이별 방식과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나의 선택
바닷가 카페거리에서 외로워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술이 약한 나는 술 마시는 사람들 틈에서 굳이 할 이야기가 없었고, 영어도 못하는 나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 순간에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하련다. 그저, 영어를 못해서 뿐만은 아니었다고.)
해가 지는 타국에서는 내 나라, 내 고향 위 하늘의 해가 더 생각난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오너라."
어렸을 때 부모님께 들었던 그 말이, 아직도 나를 따라다닌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맞벌이를 하셨던 엄마는 해가 지면 집에 들어오셔서 부랴부랴 밥을 하셔서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셨다.
나는 엄마를 도와드리려 엄마 오시기 전에 감자를 미리 깎아놓는다거나, 자잘한 미션을 수행했다. 그래서 해가 진다는 것은 엄마가 오시기 전에 내가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엄마를 만난다는 것이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었다.
해가 지는 곳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더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해는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아서 좋겠다
해는 저물때까지 빛나서 좋겠다. 누군가 말했다. 해는 저물때 가장 뜨겁게 빛을 내뿜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