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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Aug 28. 2020

글쓰기는 매번 어렵다.

글쓰기 참 어렵다.

매번 쉬울 때가 없다.

영혼을 불태워 쓰는 글쓰기 by 아인잠's girl

중 1인 딸과 동맹을 맺고 계약을 맺은 바 있었다.

동맹을 맺은 것은 피차 원하지 않는 학원에 대해서는 다니지 않기로 합의를 봤고

계약을 맺은 것은, 하루 1편씩 독후감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책 집필로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아이가 독후감을 써오는 횟수가 줄기 시작한 것이었다.

(딸아이가  썼던 독후감은 누군가 이용해서 사적인 과제로 제출한다는 제보를 받고, 내 글도 아닌 딸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여겨 중지했다.)

브런치에 올리지 않다 보니, 나도 매일 확인하지 않았고 쓰겠거니 하며 넘어갔더니 오늘은 은근슬쩍 책 한 권을 다 읽고는 슬그머니 말로 때우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글을 써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드러누우면서 '아~ 쓰기 귀찮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쓰려니 팔 아프고 귀찮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이고야~~~ 엄마가 독서논술 선생님인데 딸내미가 쓰기 귀찮다고 하면, 누가 엄마 말을 들어줄 거야~~~"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도 글 쓸 때 '아이고 안 써진다~~ 아이고 못하겠다~~~'하고 드러누울 때 많잖아"


그래서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으며 뒹굴었다.

'그래, 누굴 탓하겠어, 나도 이렇게 쓰기 힘든데, 애들은 오죽하겠어.'

완전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손으로 꾸역꾸역 쓰게 만든, 그동안의 만행이 미안함으로 조용히 떠올랐다.


그래도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니

비록 나도 안 써진다고 뒹굴지만 마감기한에 맞춰서는 어떻게든 쓰듯이

너도 마감기한에 맞춰서 쓰기 바란다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줬다.

그래서 기어이 독후감 한 장을 받아냈다.

오늘 아이가 읽은 책은 '페인트'이다.

페인트는 parent's interview'의 은어라고 한다.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은 페인트를 보고 부모를 고르는데 (그런 어마 무시한 살벌한 페인트가...) 맘에 들면 또 만나볼 수도 있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 면접을 끝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대해 아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책을 조건으로 삼아 내가 직접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재벌을 택할 것이다. 왜냐면 이곳에 페인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정부지원금, 즉 돈을 받기 위해, 돈을 목적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은 돈이 많으니 굳이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오지는 않을 것이고, 페인트에 재벌이 왔다는 것은 돈보다는 아이를 더 원해서 온 것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재벌을 부모로 고를 것이다.  만약 실제로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나는 평범하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고르고 싶다. 왜 '평범함'이라는 형용사를 붙였냐면, 연예인처럼 주목을 많이 받는 사람의 자식으로 들어갔다고 상상하면...(중략). 난 주목받는 것이 싫고 주목을 많이 받는 것은 그만큼 나의 사소한 행동들이 왜곡되거나 알려져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판단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범하다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니까.

난 지금이 좋다.'


이렇게 또 나는 아이가 쓴 글을 통해서 아이의 생각 하나를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맞다. 어렵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써야만.

이렇게 남으니까.

나의 시간이

나의 생각이,

우리의 일상이

우리의 생각이.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글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소중한 경험과 재산을 남겨주기 때문은 아닐까?

글이 가진 힘, 글의 위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중에

내가 평생 하고 싶은 단 한가지.

그것은

나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이다.


가자, 글쓰기의 세계로 by 아인잠'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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