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로맨스
각 장르마다 주요 독자층이 다르고, 각 플랫폼마다 인기 장르가 다릅니다. 같은 장르라도 플랫폼마다 선호하는 스타일 역시 달라요. 그래서 장르나 선호 플랫폼에 맞는 공략법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번에는 여성향 주요 장르 중 로맨스의 공략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로판, BL은 무연, 로맨스는 미공투고'라는 말이 꽤 오랫동안 정론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아라영애의 사망으로 로판은 투고 쪽으로 많이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아라영애의 영향으로 출판사들이 다른 무료연재 플랫폼들에도 눈을 많이 돌리게 되었습니다.
미공투고가 정답처럼 여겨졌던 로맨스를 투고가 아닌 컨택으로 계약하는 분들 역시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습니다. 네이버 챌린지에 무료연재하는 분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컨택을 위해서라기보다 챌린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한 측면이 컸어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려는 건 그동안 정론처럼 굳어졌던 것과 달리, 로맨스도 무료연재를 통한 컨택이 생각보다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컨택받을 수 있는 무료연재처는 다양하고,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유효한 플랫폼도 달라요. 그래서 무료 연재를 어디에 어떻게, 어느 시기에 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1. 네이버 챌린지와 베스트리그
로맨스 무료 연재처 중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네이버 챌린지입니다. 사실상 네이버 챌린지는 로맨스 독자가 가장 많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네이버 리그는 컨택이 주 목적이 되는 곳이 아닙니다.
컨택이 안 온다는 건 아닌데, 그걸 기대하고 올리면 타율이 낮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랭킹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작품이 노출되려면 오로지 랭킹이 높아야 합니다. 순위에서 밀리면 작품이 안 보이고, 출판사들이 굳이 밑구석까지 이 잡듯 뒤져가며 컨택하지 않아요. 무료연재처가 여기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출판사 PD라고 해도 네이버 리그 바닥까지 뒤질 시간에 다른 플랫폼에서 눈에 띄는 작품을 읽어보지 않겠어요?
챌린지리그 상위권, 베스트리그 상위권이라면 컨택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승산이 생기는 건데, 이 랭킹 시스템을 적용받지 않고 노출이 가능한 연재처들이 여럿 있습니다.
컨택을 원하고 연재하는 분들에게 네이버리그를 추천하지 않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대로맨스는 완결 회차가 다른 장르의 평균치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무료 연재 회차를 많이 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회차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로판이라 해도, 투도 + 알박기 분량 이상은 업로드하지 않죠. 무료연재 완결이 필수인 BL이 아니라면 누구든 회차를 많이 푸는 건 위험하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높은 랭킹을 유지하려면 회차를 많이 푸는 수밖에 없어요. 초반 후킹이 잘 되어서 적은 회차수로 상위 랭킹에 진입하는 것까지는 가능할 수 있지만, 경쟁 안 해도 노출 되는 플랫폼들 놔두고서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컨택 효율이 좋지는 않으니까요.
랭킹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새 회차가 계속 올라와야 하니, 리그 순위권을 보면 대부분 회차를 많이 푼 상태일 거예요. 하지만 로맨스는 회차를 많이 풀면 컨택, 투합에서 많이 불리해집니다.
나는 계약 안 해도 된다. 완결만 하면 된다! 나는 컨택 말고 시리즈에디션을 노린다! 이런 목적을 가진 분들만 회차를 많이 풀며 리그 연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에디션패스를 지향하는 분들이 있으시니, 공략법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디션패스는 2023년까지 있었던 슈퍼패스가 사라지고,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인데요. 슈퍼패스는 에디션지수를 일정 수치 이상 달성하면 부적합 사유가 없을 시 정식 연재로 자동 승격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여기서 심사팀의 정성평가가 들어가고, 선택 받아야만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몇 가지 더 추가된 게 에디션패스입니다. 기준은 좀 달라졌지만, 에디션지수를 얻는 로직 자체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에디션지수를 얻기 수월한 기준으로 말씀드려 볼 텐데요.
네이버 베스트리그 로맨스 장르는 슈퍼패스 때 에디션지수 1700점 이상이라는 기준이 있었는데요. '에디션패스'로 개편된 지금은 최대값 기준 TOP10으로 바뀌었습니다.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요? TOP10에 들어도 1700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기준은 완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평가를 통과해야 승격된다는 기준이 추가되긴 했지만, 그만큼 기회가 늘어난 셈이죠.
첫 연재일 기준 18주 내에 고점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유입과 관심이 확 줄어드는 공모전 기간에 첫 시작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에디션지수를 계속 올리려면 연재를 지속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회차를 계속 풀 수밖에 없어요. 기간 내 에디션지수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출판사와의 계약 가능성을 배제하고 연재를 이어가는 거죠.
에디션패스 승급 조건 달성 작품에 선정되면, 그때부터 정식 연재를 준비하면서 완결고까지 집필을 하게 됩니다.
네이버 챌린지에 기성 작가들이 많고 상위권을 모조리 쓸고 있을 것만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지도 않아요. 작품 제목과 소개글이 매력적이라면 신인이라도 얼마든지 상위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죠.
회차를 낭비하지 않고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니 매일 또는 격일로 1화씩 업로드하는 걸 추천합니다. 만약 반응이 저조하여 순위가 낮다면 무작정 다음 화를 올리며 속상해하기보다, 제목과 소개글을 다듬어보는 게 좋아요. 연재 중에 수정해도 괜찮아요. 작품 본문 내용이 같은데도 순위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챌린지에서 한 주 동안 10위권에 랭크하면 베스트리그 승격 후보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챌린지 랭킹은 매일 오후 1시 30분이 되면 변동돼요.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30분에 승격되는데, 그날까지 승격 후보 자격을 유지했던 10개의 작품이 베스트리그로 승격됩니다. 그러면 그 뒤에 있던 10개의 작품이 자동으로 1~10위가 되고 승격 후보가 되는 시스템이지요.
(단, 드물긴 하지만 랭킹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데 승격 후보라서 뜬금없어 보이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오래전에 승격 후보가 된 적이 있었지만 후보 자격을 잃었다가 특정 조건을 이루고 다시 후보가 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오후 1시 30분이 되면 랭킹이 변동되면서 10위권 내에 있던 작품의 순위가 하락하기도 하는데, 순위가 변동되어도 한번 주어진 후보 자격은 계속 유지됩니다. 그러나 주중에 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누군가로부터 특정 회차가 신고 당하고 누적되면 '게시글 보류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후보 자격을 잃게 되ㅏ는데요. 게시글 보류 사유가 된 내용을 수정하고, 네이버 웹소설 담당자 이메일로 보류 중단 요청을 한 다음 정상 반영이 되면 다시 후보 자격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화요일 오후 1시 30분이 되기 전까지 후보 자격을 회복하지 못하면 후보 자격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1~10위 내에 후보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세 명이 있다면 다음 후보는 11, 12, 13위가 되는데요. 1~10위 내 후보자격을 상실했던 사람 중 두 명이 다시 후보자격을 회복한다면 12, 13위에게 갔던 후보 자격은 다시 회수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시스템을 악용하여 월요일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고의적인 악성 신고를 하는 사례들이 빗발치고 있어요. 몇 년이 지나도 개선이 안 되고 있어서 알 사람은 다 알고 악용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악용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승격 직전이 되는 기간에는 회차마다 들락거리면서 신고를 눌러대기 불편하도록 회차 제목을 단순한 번호로 모두 통일하고 욕설이나 애정씬 등 눈에 띌 만한 건 죄다 수정하거나 제외해 두는 것도 방어하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챌린지리그에 오래 남아있으면 그만큼 회차를 많이 풀어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큽니다. 악성 신고 때문에 1~2주 더 머물러야 하면 최소 6개에서 최대 12개 회차를 손해봐야 하니까, 혹시라도 더럽게 걸렸다면 차라리 베스트리그 승격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리그에서는 15회차 이상 안 푸는 걸 권합니다.
그래도 승격이 확정되고 나면 악성 신고는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확정이 되었다가 다시 박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거든요.
베스트리그에 가면 오랫동안 베스트리그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어온 터줏대감 기성작가들과 같은 구역에서 경쟁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살아남아보겠다고 아득바득 1일 1연재를 고집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매일 연재는 상위 20위 이내가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어요. 일주일에 회차 한 개만 올려도 주목도가 높고 제목과 작품소개글이 눈에 띄면 랭크 점핑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상위에 계신 분들은 그들끼리 경쟁하면서 순위 유지를 하고, 10위권까지 유지하는 분들은 그만큼 에디션지수가 높아서 에디션패스(슈퍼패스)를 노려볼 만하기 때문에 매일연재의 부담을 감내하는 겁니다.
베스트리그에 와서 회차를 25화 이상 풀었는데 아직 컨택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랭킹이 아까워도 연재는 여기서 중단하는 게 좋아요. 현대로맨스는 25화면 이미 너무 많이 푼 상태입니다. 저는 많이 풀어도 15화 이상은 풀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베스트리그에서 1위한다고 플랫폼 유료연재 심사 때 가산점 주어지지 않습니다. 로판/BL 투도처럼 무연 성적 참고해주지 않는데 괜히 회차 수의 리스크만 지게 돼요.
'나는 회차 많이 풀고 계약했는데요?' 하는 사람이 꼭 있는데, 건물 6층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있더라고요. 그런다고 6층에서 뛰어내려도 된다고 말하진 않잖아요. 기적 같은 가능성에 작품을 담보로 걸고 도박하지 마세요.
그리고 "완결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무료 연재에다 적용하려 하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요. 완결 경험을 무료연재에서 쌓을 필요가 있을까요?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면 이미 계약했을 것이기에 무연 완결할 일이 없습니다. 여전히 시장을 모르는 상태이기에 완결로 얻는 것도 크지 않아요.
취미로 글을 쓴다면 상관없지만 상업 작가를 목표로 한다면 완결 경험은 계약하고 나서 쌓으세요. 전문적인 피드백도 받아보고, 완결해서 시장에 내보내고, 유료 결제 독자의 반응을 확인해야 얻는 게 생깁니다.
2. 로망띠끄
로망띠끄 역시 현대 로맨스 무료 연재처인데요. 오래된 플랫폼이고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생각보다 독자들이 제법 있는 편이에요. 오래전부터 플랫폼을 이용해 오던 독자들이 많다 보니 평균 연령층이 높은 편이고, 로망띠끄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들을 보면 '재벌물', '재혼/재회', '이혼물' 등의 조회수가 높은 편입니다.
독자의 관심을 원하는 스타일이라면 이런 점을 참고하시면 좋겠지만, 말씀드린 것과 거리가 있는 작품이어도 상관없습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도 얼마든지 로망띠끄에서 컨택 받을 수 있어요.
심지어 네이버 챌린지처럼 랭킹 시스템이 아니라서 노출이 훨씬 유리하고 출판사들의 눈에 더 잘 띕니다.
로망띠끄는 최신화 업로드 시간을 기준으로 노출되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순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연재할 수 있고, 추천과 댓글도 훨씬 잘 붙는 편입니다. 댓글로 악플 쓰는 분도 거의 없고 인심이 후한 편이에요.
19금 작품도 업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19금 작품으로 컨택을 받고 싶을 때 역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들이 로망띠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작품은 가장 유명한 네이버 챌린지에 몰려 있고 로망띠끄에는 업로드되는 작품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보러 오는 출판사 관계자들도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경쟁률이 낮고 눈에 띄기도 쉽기 때문에 블루오션 공략이 훨씬 쉽습니다.
유의미한 컨택이 없는 거 아니냐고요? 로맨스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들은 여전히 로망띠끄를 봅니다. 규모가 큰 출판사들도요.
작품이 너무 범람하는 곳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기가 피로하니 로망띠끄에서 작품을 발굴해 가는 출판사도 적지 않아요. 적정 회차 수를 풀고 기다리면 컨택이 꽤 오기도 합니다.
3. 디리토
아라영애 별세 후 급부상하고 있는 디리토 영식. 원래는 BL 장르를 위한 무료연재처로 굳어지고 있었어요. 지금도 전체 랭킹을 보면 BL이 절대적으로 많기는 해요. 확실히 독자는 BL 독자밖에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BL 외의 장르는 디리토에서 연재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로맨스는 독자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퀘스트 하려고 댓글 다는 분들 외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댓글을 보면 먼저 쓴 사람을 따라 쓰고 후반 회차까지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도 디리토에서 연재하는 이유는 컨택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BL은 한줌단 형성 목적에서 독자들도 보라고 올리지만, 로맨스와 로판은 출판사 보라고 올리는 거예요.
저처럼 투고하기 싫어하는 로맨스 작가는 컨택만으로 계약을 쌓는데, 디리토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로망띠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올라오는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고, 노출구좌가 꽤 많기 때문에 컨택이 수월해요. 대형 출판사 컨택도 종종 오는 편이고요. 신작 탭에 노출되고 상위에 랭크되기 쉬우니 1일 1연재로 5~10화 정도만 올리고 잠수타시는 걸 추천합니다. 작품소개글에서 중장편인 티를 내고, 초반 후킹을 깔아주면서 많은 회차를 풀지 않아 뒤가 궁금하게 만드세요. 그러면 들인 공 대비 높은 컨택 효율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소개글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고, 리디북스의 작품소개글 스타일로 맞추는 편이에요. 그리고 딱 5화까지만 올리고 잠적합니다.
디리토가 리디북스의 무료연재 플랫폼이기 때문에, 리디북스 스타일의 작품을 업로드하는 게 유리하고 그만큼 컨택도 리디북스 출간을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들에게서 많이 옵니다. 리다무, 단행본 중 어느 쪽으로 출간을 고려하는지는 컨택 온 출판사와 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말씀 나누시면 되고요.
리디북스 플랫폼 성향에 맞는 글을 장편연재가 궁금하게끔 앞부분만 노출시킨 뒤 잠수 타면, 컨택이 옵니다. (흩컨x, 대형출판사 기준)
컨택 온 출판사 중 마음에 드는 출판사가 두 군데 이상이라면, 한 군데에는 차기작을 전달하고 운 좋으면 이렇게 두 개 이상의 계약을 만들 수 있어요.
로맨스는 미공개 상태로 투고하는 게 보편적이어서, 현재까지도 미공개 투고만 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투고할 때 본인의 작품 성향이 어느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그 플랫폼에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가 어디인지를 확인해 본 다음 투고하시면 됩니다.
내 작품이 어느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면 플랫폼 3사의 상위 랭킹을 분석해보세요. 많은 작품을 모두 읽는 것까지는 무리더라도, 작품 제목과 작품 소개글을 보고 초반 회차를 읽어보면서 분석을 해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독자들은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구나.', '카카오 독자들은 이런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을 싫어하는구나.', '리디북스 독자들은 이런 종류의 자극을 선호하는구나.'
지향하는 바가 확고할수록 투고 합격이 용이해집니다.
플랫폼 성질에 대해 아는데도 내 작품이 어디 속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투고 합격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신호입니다. 곧장 투고할 게 아니라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먼저 확립해야 하는 단계라는 뜻이에요.
생각해 봅시다. 내 작품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시놉시스와 짧은 원고를 가지고 심사위원에게 매력 포인트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내 매력을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이건 위가 얼얼해지는 마라탕이야!' 하는 것과 '이건 마라탕이기는 한데 로제 크림도 떡볶이도 좀 들어갔고, 김치김밥도 좀 들어갔어.'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심사위원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심사위원 입장에서 작품은 상품이에요. 타깃이 명확한지, 그리고 그 타깃층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될지 판단이 서야 판매등록을 해주고 싶죠.
마라탕에 로제 크림 들어간 걸 싫어하는 사람도 제외해야 하고, 떡볶이 들어간 걸 싫어하는 사람도 제외하고 나면 사먹어 줄 사람이 확 줄어들지요. 그 얼마 안 남은 소수의 잠재 고객 중 모든 사람이 다 소비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짬뽕하는 것보다 마라탕이면 마라탕, 떡볶이면 떡볶이.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주장하는 쪽이 훨씬 승산이 높습니다.
물론 인기 있는 현로판도 있고, 무협로판 같은 믹스장르도 얼마든지 밀리언페이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먹어보지 않은 낯선 것에 도전하려면, 그만큼 더 큰 무언가가 강력하게 치고 들어와서 설득을 해주어야 해요. 하물며 매출이 보장될지 안 될지 여부를 놓고 심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너희가 좋아하는 맛이라고 분명하게 어필을 해주거나, 너희가 아직 많이 안 먹어본 맛이긴 하지만 베트남에 처음 여행 가봤는데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았던 것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라고 어필해줘야 합니다.
심사고 시놉시스를 잘 써야 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예요. 일종의 사업계획서인 거죠.
그래서 투고를 할 때는 내 작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나부터 뚜렷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뭘 파는지도 모르면서 팔 수는 없잖아요?
시놉시스 기획의도를 못 쓰겠다고 말하는 분들은, 아직 내 작품의 큰 뿌리가 뭔지 파악이 덜 끝났을 수도 있습니다. 작품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두면, 투고 시놉시스 중 '기획 의도'나 '타임라인'을 작성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기획 의도에 뭘 써야 하냐고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마케팅에서 기획 의도란 어떤 사람에게 물건을 팔 의도로 제품을 생산했냐는 뜻이죠. 그럼 웹소설은 어떤 독자에게 팔려고 이 글을 썼는지를 기획 의도에 쓰면 됩니다. 내가 무슨 글을 파는지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겠죠.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를 목표로 두고 로맨스 소설을 작성했다면?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 시리즈보다 독자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시리즈에서는 인기 있는 남자 주인공이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못된 남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특정 연령대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상위권 작품의 베스트 댓글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비판 댓글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참고해 두면 좋겠죠.
기획 의도를 쓸 때는 해당 플랫폼 로맨스 독자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를 관통해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시)
'위험한 나쁜 남자 같은 구석이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따뜻한 양면이 있는 남자와의 반전 로맨스'
'양의 탈을 쓴 계략남의 베일을 벗겨내는 위험한 스릴 만점 로맨스'
작품 정체성을 잡았다면 캐릭터들의 성격에서도 이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예시)
최남주 - 대기업 오너 일가의 후계자. 이복형제들과의 다툼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스스로 친 방어벽 너머에서 외로움과 고독감이라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여주의 앞에서 가면을 벗은 뒤로 의도치 않게 계속 빈틈을 보이는 스스로가 못마땅하다.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경계심이 깊고 쉽게 자기를 보여주려 하지 않음), 어떤 욕구를 지녔는지(자기 진짜 모습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 여주에게 공략당한 부분이 무엇일지(빈틈을 보여도 되는 첫 인간관계) 등이 드러나는 프로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시놉시스의 기승전결에는 남녀 주인공이 어떤 사건 속에서 어떤 개연성의 흐름을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매끄럽게 보여줘야 해요.
투고에 보내는 원고는 극을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작품의 정체성이 뚜렷한지, 쓰고자 하는 키워드를 확실히 이해하고 녹여냈는지, 인물의 매력을 잘 살렸는지 등이 심사 합격 여부에 영향을 줍니다.
출판사마다 투고 시놉시스 양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들어가는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다운로드하여 여러 번 다듬고 고쳐서 완성해보세요. 연습이 되고, 시놉시스 하나로 내 작품이 뭔지 눈에 보이는지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투고를 하더라도 이런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합격률이 올라갑니다.
투고할 때는 한꺼번에 무조건 너무 많은 출판사에 투고하기보다 추려내고 계약할 의사가 있는 출판사에만 투고하세요. 몇 군데 하셨냐고 물어보는 글들을 정말 많이 보는데, 자기가 원하는 출판사 수만큼 하면 적당한 겁니다. 저는 한 군데만 투고한 적도 있고, 수십 군데 투고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합격해도 계약 안 할 곳에는 절대 투고하지 마세요. 작가 본인에게도 낭비이고, 출판사에게는 실례거든요.
검토 후 답변 드리겠다고 말해두면 아무도 잡아먹지 않으니 바로바로 대답해야 할까 봐 걱정하지 마시고요. 답이 느리다고 컨택을 취소하거나 투고 합격을 취소하는 건 결코 일반적이지 않으니 눈치 보지 마세요!
먼저 합격 연락이 오는 출판사가 있다면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하고 가계약서를 검토해 보면서 다른 출판사들의 연락도 기다려야 합니다. 투고 합격이나 계약 제안을 받으면 빨리 대답해줘야 할 것 같아서 당황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최대한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계약하셔야 합니다.
이후 여러 장에 거쳐 시놉시스 쓰는 방법, 출판사 가려내는 팁, 계약서 검토 방법 등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