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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재 Feb 20. 2024

웹소설 작가가 되는 방법, 경로

"웹소설 작가 연봉 1억 한 달 완성!"


웹소설 작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흔한 광고문구이다.


왜 싫어할까?


'자꾸 신인 작가들이 유입되면 경쟁률이 늘어날 거라서 저러겠지.'라고 생각하는 황당한 커뮤니티 게시글도 본 적이 있다. 그런 생각도, 웹소설 작가가 되기 쉽다는 오해 해서 출발한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늘 많지만 누구나 되지 못한다.

그걸 알기 때문에, 경쟁률이 늘어날까 봐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작가들이 그런 말을 싫어하는 건,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웹소설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만만한 일이라는 것과, 일확천금을 벌기 쉬운 일이라는 모순된 인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동료 작가들이 종종 속상해하며 친구나 지인, 가족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한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글만 쓰는 게 뭐가 힘들다고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거나, 수준 낮은 글을 쓴다고 말한다거나. 자기네들 연봉을 서로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지만 웹소설 작가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얼마나 버냐고 물어본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다 "웹소설 작가 연봉 1억 한 달 완성" 같은 광고를 접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연봉 1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플랫폼에 작품이 론칭되고 나면 익월에 정산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정산 수익이 출판사에서 배분된 뒤 다시 익월에 작가에게 주어진다. 1월에 출간하면 3월에 정산받게 되니 1월과 2월에는 들어오는 돈이 0원이다.


론칭 첫 달 수익이 1,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플랫폼에서 30%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나머지 700만 원을 출판사와 작가가 나누어 가지게 된다. 출판 계약 시 설정한 수익 배분 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가장 보편화된 비율인 7 : 3을 기준으로 하면 작가가 받는 돈은 490만 원이다.

(수수료 계산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화된 계산식이니 실제로는 더 적은 돈을 정산받게 된다.)


매달 새로운 작품들이 론칭되는 시장 특성상, 첫 달 1,000만 원을 받았다면 다음 달, 다다음달은 더 적은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작가가 첫 달에 천만 원을 가져가려면 첫 달 순수익이 22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럼 작품이 론칭 후 꾸준히 수익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달 2200만 원짜리 작품을 새로 써서 일 년동안 10개의 작품을 동시에 집필하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 달만에 연봉 1억짜리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쓰는 작가 아무도 없다.)


또는 첫 달에 빅히트를 친 작품이 플랫폼 직계 출판사를 잘 만나서 각종 화려한 마케팅 지원(플랫폼 내 배너 노출을 넘어선 TV 광고, 유튜브 중간 광고, 숏폼, 옥외광고 등)을 해도 그런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웹툰이나 드라마화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웹툰이나 드라마 같은 2처 저작물에 대한 권리 설정을 다시 하게 되는데 이때 비율이 또 달라질 수 있으며, 하는 걸로 말이 나왔다가 중간에 취소되거나 몇 년씩 연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살아서 모든 운을 한꺼번에 다 몰아썼다고 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행운이지만, 그게 보증수표가 되지는 못한다고 봐야 한다.


작품 하나로 작가의 통장에 꽂히는 돈이 데뷔한 첫 해에 1억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웹소설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제목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은 작품 하나로 그 이상을 훨씬 웃도는 돈을 벌기도 한다.(하지만 첫 작품은 아님)


대부분의 작가들은 중소기업 월급 정도의 수익만 보장되면 좋겠다고 말하고들 한다. 치킨값, 커피값 벌었다는 말도 마냥 농담은 아닐 수도 있다.


마냥 거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여 일단 강의료를 뜯어낸 다음 질 낮은 강의를 제공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지망생들이 늘어난다. 지망생들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걸로 모자라 직업에 대한 인식 역시 무슨 돈에 환장하고 예술 따위 모르는 작가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작가들이 그런 광고글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웹소설 하려면 돈 벌 생각 안 해야 해.'라는 말도 생겨났다.


'작가가 무슨 돈을 생각해? 가난한 예술가 정신으로 글 써!'라는 뜻이 아니다. 처음에는 돈이 안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알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고, 살아남을 방편(겸업, 부업 등)을 모색해 둔 상태로 집필 활동을 해야 한다.

큰돈이 안 되더라도 처음에는 끈기 있게 참고 써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큰돈을 바라고 섣불리 접근했다가 실망해서 금세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웹소설 작가가 되는 방법 첫 번째는 허황된 환상을 품지 말고 현실을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는 것이다.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다는 것은 '정식 출간'을 기준으로 한다.

2023년 현재 기준으로 유료연재, 단행본의 두 형태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발급 및 등록한 정식 간행물에 해당된다. 정식간행물로 인정받는 도서가 있어야 작가로 공식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방법은 그것 말고도 다양하다. 작가가 직접 연재분을 등록하여 유료 수익을 얻는 조아라 노블레스, 북팔 연재, 문피아 연재 등이 있다. 이 경우 ISBN을 받고 정식 출간하지 않았다고 해서 '넌 웹소설 작가 아니네!'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데뷔'의 기준이며, 작가로 공식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일종의 자격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인활동증명 시스템에 등록할 때 이런 이력이 필요하고, 예술인 창작지원금, 예술인 전세대출, 예술인 법률구조 지원 등 다양항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테두리에 처음으로 속하게 되는 것을 웹소설 작가의 '데뷔'라고 볼 수 있다.


데뷔를 하고 나면 추후 경력이 인정되어 보다 수월하게 투고 합격을 하거나,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출간 경력을 쌓아야 작가가 된다는 뜻인데, 어떻게 해야 출간의 길로 이어질 수 있을까?


1. 무료연재처에 작품을 업로드한다.

-무료연재처를 통한 출간 공략이 유효한 주 장르는 로판, BL, 판타지, 무협이다. 특히 이 네 장르는 무조건 투데이베스트 도전을 해야 한다.

-각 장르마다 주요 플랫폼이 다르다. 엉뚱한 곳에 업로드하면 안 된다.

-로맨스는 본인이 정 하고 싶으면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보통은 미공개 투고를 한다.

-무작정 다다다 올리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각 장르마다 전략이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


2. 출판사의 컨택을 받는다.

-무료연재처에서 투데이 베스트 도전을 하면 유심히 지켜보던 출판사들에게 컨택을 받을 수 있다.

-투데이 베스트 도전을 하기 전에 컨택이 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작품에 관심이 없는데 흩날리듯 여기저기 뿌리는 컨택일 수도 있고, 투데이 베스트 도전 성공 후에 더 좋은 조건의 컨택이 올 수도 있다. 무작정 수락하지 말고 좀 더 지켜주는 것이 좋다.

-투데이 베스트 도전 후 성적이 좋으면 그만큼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출판사의 컨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 장르와 플랫폼, 소재 등에 따라 생각보다 저조할 수도 있다.


3. 마음에 드는 출판사에 직접 원고와 시놉시스를 투고한다.

-투고의 꽃은 로맨스이다.

-판타지, 무협은 투고를 하지 않는다. 무료연재처에서 선택받지 못한다면 출간이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투고로 '계약'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출간 준비 중에 본 페이지에 언급하기엔 길고 민감한 내용의 갖은 고생을 하게 되고, 출간 심사를 하더라도 좋은 프로모션을 받을 수 없다.

-로판은 요즘 주요 무료연재처였던 조아라가 사망에 이르게 되면서 미공개 투고를 넣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공개 투고로도 합격을 하고, 괜찮은 프로모션을 받는 신인들도 있지만, 사실 많지는 않다. 조아라가 아무리 죽었어도 일단 투데이베스트 도전부터 해보고, 투고는 그다음에 하는 걸 추천한다.

-BL은 조아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웬만하면 투도를 하고 좋은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단행본까지 고려해봐야 한다. 투고를 먼저 한다면 주로 처음부터 단행본으로 갈 생각이거나, 신인이 아니라 기존에 BL 작품을 출간한 적이 있는 출판사에 새 작품을 투고하는 게 대부분이다.


4. 컨택 및 투고 합격을 통해 전달받은 여러 출판사의 계약서 조항과 조건을 비교해 본다.

-제발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자'라는 마인드부터 내다 버리자. 그런 마음으로 아무 출판사나 덜컥 갔다가 좋은 꼴을 보는 작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투고를 더 돌려보거나, 그래도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작품은 드롭하고 새 작품을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말하자면 사흘 밤낮인 온갖 고생과 정신적 충격을 안고 출간도 못하는 그런 일들이 여러분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독소조항,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자. 독소가 왜 독소일까? 출판사는 바보가 아니다. 독소인 걸 다 알고 넣은 것이다. 그 조항에서 어떤 의도를 읽어냈다면 그 의도는 문장을 수정해도 여전할 것이다. 간혹 조항 일부 수정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이건 수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들여다보이는 조항들이 있다. 그럴 때 굳이 수정을 요청할 것인가? 조항이야 큰맘 먹고 바꿔주더라도 시선은 바뀌지 않을 텐데. 음흉한 종이 몇 장 뒤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서울 수도 있다. 계약서는 해석하기에 따라 불리해질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정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통상 여성향은 7 : 3의 정산비율이 일반적이다. 7.5 : 2.5 또는 8 : 2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무료연재 성적이 좋거나 경력이 높을수록 조건이 좋아진다.

-표지 지원에 대해 비교해 본다. 보통 유료연재를 1순위로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일러스트 표지 지원비용 상한선, 출판사와 연계되어 있는 일러스트 작가 슬롯 등을 출판사에 질문하면 된다. 요즘은 시장이 많이 어려워져서 표지 비용 본전 뽑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보니, 프로모션 심사 통과 후에 표지 제작에 들어간다거나, 표지 비용 상한선이 높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작년 이맘때쯤까지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많이 보편화된 상태라,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면도 있다.

-출간 종수, 최신 출간작 기준 프로모션 성적 등을 참고해 본다.

-어느 정도 검토가 끝났다면 작가 커뮤니티나 투고 정보 사이트에서 출판사에 대한 리뷰와 평가를 꼼꼼히 찾아보고 문제가 되는 이슈가 없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아무리 친절해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5. 플랫폼 심사 준비

-위의 모든 과정을 지나고 출판사를 선택해 계약하게 된다면, 그다음부터는 플랫폼에 어떤 프로모션을 받고 작품을 출간할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담당자와 함께 심사고 교정 교열 작업을 하고, 심사에 제출할 시놉시스를 준비하여 플랫폼 투고를 한다.

-심사 결과는 각 플랫폼에 따라 발표되는 기간이 다르다. (리디북스 > 네이버 시리즈 > 카카오페이지 순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심사에서 떨어지면 다른 플랫폼에 다시 심사를 넣는다. (동시 투고는 절대 안 된다.)

-심사에 합격하면 론칭 일자를 받을 수 있다. 플랫폼에서 알려주는 일정 중에 선택해서 보다 앞당기거나 미룰 수 있다. 장르에 따라 빨리 되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이 밀릴 수도 있다.

-런칭일 전까지 부지런히 집필하여 원로를 쌓고 담당자와 함께 교정 교열을 한다.


6. 론칭

-작품이 플랫폼에 업로드되고 나면 이것이 데뷔작이 된다.

-론칭 후 작품 성적, 댓글이나 리뷰 반응을 아예 안 볼 수는 없겠지만, 안 볼 수 있으면 그냥 보지 말자. 담당자한테 보고 알려달라고 하면 유의미한 것만 알아서 거른 다음 알려준다.

-우리 집 식구도 내 마음에 다 들기 어려운데 생판 남이 내 글을 보고 다 마음에 들어 할 수는 없다. 악플은 꼭 있다.

-정산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출판사에 원장부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차기작을 준비한다.



6번까지 잘 따라갈 수 있다면,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다.


출판사나 플랫폼과 함께 하게 되면 회사라는 단체에 속해있는 한 명의 직원일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되고 온갖 부조리함에 개인이 혼자 덩그러니 대응해야 하는 일들도 생긴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정말 많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뚝딱하고 작가가 되는 경우는 없다.

4까지는 무난하게 하는데, 5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리고 힘들게 5까지 통과했는데 6에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다 겪어낸 사람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월 천 작가가 된다.


웹소설 작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다른 어느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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