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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재 Feb 20. 2024

웹소설 작가가 되는 방법, 경로

"웹소설 작가 연봉 1억 한 달 완성!"


웹소설 작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흔한 광고문구입니다.


왜 싫어할까요?


'자꾸 신인 작가들이 유입되면 경쟁률이 늘어날 거라서 저러겠지.'라는 다소 염세적이고 황당한 선입견을 이따금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도, 웹소설 작가가 되기 쉽다는 오해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정말 쉬울까요? 아직도 '그냥 계약만이라도 하게 해주세요'하는 분들이 넘쳐납니다. 작가들이 자녀분을 아는 출판사에 소개해달라는 당황스러운 청탁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걸 보면, 쉽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작가가 되려면 마인드셋이 필요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기본기도 갖춰야 합니다. 밖에서 보는 시각각보다 훨씬 수고스럽고 인내가 필요한 직업이기도 해요.

경쟁률이 늘어날까 봐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싫어하는 작가는 없어요.


작가들이 그런 말을 싫어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작가라는 직업이 만만하고 우습게 비춰지는 것이 불쾌하기 때문입니다. 비단 작가만이 아니라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갑지 않은 말이 '그냥 좀 대충 깔짝거려보면 될 거 같은데? 그거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도 그 직업이나 해볼까.'가 아닐까요?

웹소설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만만한 일이라는 것과, 일확천금을 벌기 쉬운 일이라는 모순된 인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동료 작가들이 종종 속상해하며 친구나 지인, 가족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합니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글만 쓰는 게 뭐가 힘들다고 모임에 안 나오냐, 나이가 몇인데 순진하게 글이나 쓰고 앉아있느냐, 유치하고 수준 낮은 글 쓰는 거 아니냐.

놀라지 마세요. 이보다 수위 높고 심한 말도 많습니다.

자기네들 연봉을 서로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지만 웹소설 작가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얼마나 버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그래도 된다고 한 적이 없는데 필명을 캐내고 소문내고 다니기도 합니다.

유독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 특히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다 "웹소설 작가 연봉 1억 한 달 완성" 같은 광고를 접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연봉 1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랫폼에 작품이 론칭되고 나면 익월에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정산 수익이 출판사에서 배분된 뒤 다시 익월에 작가에게 주어집니다. 간혹 익익월도 있어요. 최대한 빨리 출간하더라도 최소 두 달 뒤에 정산받게 되니까, 그동안 수익은 0원입니다.

작품을 팔고 정산받을 인세를 미리 받는 개념의 '선인세'가 주어지면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데요.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고 시장이 많이 어려워진 상태라 선인세가 없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신인은 없거나, 있더라도 100만 원 정도가 보편적입니다. 그러니 계약부터 정산까지 생각보다 긴 기간동안 수입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1억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가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시나요?


론칭 첫 달 수익이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먼저 플랫폼에서 30%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나머지 700만 원을은 출판사와 작가가 나누어 가지게 되죠. 출판 계약 시 설정한 수익 배분 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편적 비율 7 : 3을 기준으로 하면 작가에게 들어오는 돈은 최대 490만 원.

그런데 이 490만 원이 다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고 보셔야 해요. 웹소설을 PC 웹브라우저로만 결제해주시면 참 좋겠지만, 많은 독자들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있어요. 앱으로 결제한 경우 발생하는 앱마켓 수수료를 제하고 정산되는데, 뭘로 결제할지는 독자들 마음이기 때문에 얼마가 나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각 플랫폼마다 하는 프로모션에 따라 플랫폼에서 정산해주는 비율에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앞서 30%를 가져간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떤 프로모션으로 얼마나 할인율이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많은 변수가 생기지요.

유료연재의 경우 뷰수를 보고 얼추 얼마 정도 정산되는지 예측해보는 분들도 계시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적게 나옵니다.

N화까지 무료 연재, 기다리면 무료 등에 따라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고 읽는 회차가 생깁니다. 이 또한 얼마나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특정 작품에서 기다무만 기다리고 돈을 안 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유료결제 전환율이 얼마나 될지는 출판사와 해당 작가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뷰수가 높은데 실제 매출과 차이가 크면 '허수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첫 달 수익이 1,000만 원이 되는 조건 자체가 꽤 까다로운데, 요즘은 어느 플랫폼 상관없이 뷰수 자체가 많이 줄어서 더욱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매달 새로운 작품들이 론칭되는 시장 특성상, 출간일을 기점으로 매출은 하향 곡선을 띠게 됩니다. 첫날 유입이 가장 많고, 첫 주와 둘째 주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최상위 프로모션을 받았다면 짧게는 첫 달, 길면 두어 달까지도 매출이 그런대로 발생하기는 해요.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매출이 뚝 끊깁니다. (추가 프로모션 받아서 더 팔 수 있기는 한데,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이어갈게요.)


요점은 작가가 첫 달에 천만 원을 가져가려면 첫 달 순수익이 22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작품이 론칭 후 꾸준히 수익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좀 무식한 계산식으로 연봉 1억 작가 되는 법을 알아볼게요.

2200만 원이 첫 달 수익으로 나오는 작품을 매달 새로 내면 됩니다. 연간 10개의 작품을 동시에 집필하거나, 매달 완결고를 쭉쭉 뽑고 매출도 균일하게 2200만 원씩 계속 나오면 돼요!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에 이런 작가님이 한 분도 안 계시는데, 아무튼 이걸 해내는 최초의 인물이 되면 처음 시작하신 분도 한 달만에 연봉 1억짜리 작가가 됩니다.


또는 웹소설을 본 적 없는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으로 빅히트를 치면 됩니다. 론칭 첫 달에 빅히트 치고 웹드라마, 웹툰 계약도 척척 이뤄지고, 마침 웹드라마나 웹툰까지 대박을 치면 욕심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면서도 피식했는데, 일장연설을 축약하자면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수 년에 거쳐 이뤄지는 과정이라 이미 현실성이 없는 가정입니다.


웹툰이나 드라마화가 되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 설정을 다시 하게 되는데 이때 비율이 또 달라져요. 2차 저작물은 "웹툰, 드라마 나왔으니까 나도 떼부자!"의 개념이 아니고, 내 저작물을 가져가서 2차 저작물을 내는 제작사에서 일종의 저작권료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셔야 해요. 가수가 직접 곡 쓰고 음반을 내면, 이 음악에 대한 각종 저작권 수익이 생기잖아요? 저작권이 나에게 있는 글로 컨텐츠를 만들었기에, 빌려주면서 돈을 조금 나눠 받는 거예요.

그래서 웹툰과 드라마가 돈을 벌면 그 수익 중 10%가 출판사에 오고, 통상 5:5의 비율로 출판사와 작가가 다시 나눠 가집니다. 이것도 2차 저작물이 돈을 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웹툰에서 1억 수익이 난다 치면(정말 희귀한 일입니다) 1,000만 원이 떨어지고, 작가에게는 500만 원이 오는 겁니다.


그런데도 다들 웹툰과 드라마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게 일종의 대형 프로모션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해서 원작을 찾아 읽으러 오는 분들이 생기면, 그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즉 간접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라 보셔야 합니다.


게다가 하는 걸로 말이 나왔다가 중간에 취소되거나 몇 년씩 연기되는 경우도 허다해요.


들으면 들을수록 웹소설 작가의 수익 구조는 참 복잡하고, 큰 돈 벌기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까?

훠이훠이. 겁줘서 내쫓으려는 건 아닙니다.

현실을 모르고 쉽게 생각하고 일단 가볍게 시작해봤다가 환상과 다르고 여느 직종과 마찬가지로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란 걸 깨닫고 실망하는 분들이 백사장 모래알만큼 많기에 알려드리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정말 1억을 버는 작가가 드물기도 하지만, 그중 절대 다수는 첫 작품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중소기업 월급 정도의 수익만 보장되면 좋겠다고 말하고들 합니다. 치킨값, 커피값 벌었다는 말도 마냥 농담은 아니란 거죠. 유료연재의 경우 손이 정말 기똥차게 빠른 전업작가 중 3개월이면 1종 완결고를 만든다는 분도 계시는데, 보통은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렇게 오래 시간 들여 출간하면 월급 정도의 수익으로 그치는 일들이 흔합니다.


그래서,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업계의 현실을 이해한 다음 마인드셋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라고! 난 글 쓰는 게 좋아서 쓰는데? 당장은 돈 안 되더라도 언젠간 먹고 살겠지. 나 좀 쓰거든!

이렇게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이 업계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들이 요란한 광고글을 싫어하는 이유는 직업을 만만하게 보고 찾아와서 커뮤니티에 질문만 실컷 쏟아내고 언제 왔냐는듯 사라지는 분들을 보는 데 신물이 나서입니다. 너무 솔직했나요? 진짜 하고 싶어 죽겠는데 잘 안 되는 분들을 뵈면 다들 앞장서서 도와주는 게 바로 작가님들이신 것 같습니다. 글로 감정을 풀어내는 사람들이라 대부분 감수성이 뛰어나고, 내가 힘들던 시절이 떠올라 생판 남인데도 잘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언을 해주시곤 한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다가 여러 조언을 받고 첫 출간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출간 종수도 쌓는 그런 보통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우선 전업작가에 대한 환상을 버리세요. 그리고 '언제쯤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전업작가가 최고다'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생활 영역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작가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입니다. 전업작가가 겸업작가보다 뭔가 특별히 좋은 점이 많아서 하는 건 아닙니다. 꼭 겸업작가보다 글 쓸 시간이 많아지냐면 그것도 아니고, 돈을 더 버냐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버는 내 연봉보다 웹소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클 때 고려 정도 해보시고, 살아남을 방편을 손에 쥐고 집필 활동을 하셔야 합니다. 한 번 성공하더라도 갑자기 돈이 없을 때도 있는데 그때 어떻게 할 건지까지 대비를 끝내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웹소설 작가가 되는 방법 첫 번째는 허황된 환상을 품지 말고 현실을 보는 것


두 번째는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는 것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다는 것은 '정식 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유료연재, 단행본의 두 형태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발급 및 등록한 정식 간행물에 해당됩니다. 정식간행물로 인정받는 도서가 있어야 작가로 공식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 12월을 끝으로 유료연재 형태의 웹소설에 대한 ISBN 발급이 종료됩니다. 아직 웹소설의 도서정가제 제외 세부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라, 공공기관의 공식 인정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 참고해 주세요.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방법에 유료연재와 단행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작가가 직접 연재분을 등록하여 유료 수익을 얻는 조아라 노블레스, 북팔 연재, 문피아 연재, 포스타입 연재 등도 있습니다. 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러나 예술인활동증명과 같은 공식 인증 절차 대상에서는 일부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데뷔'의 기준이며, 작가로 공식 인증을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있습니다. 예술인활동증명 시스템에 등록할 때 이력이 필요하고, 예술인 창작지원금, 예술인 전세대출, 예술인 법률구조 지원 등 다양항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법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테두리에 처음으로 속하게 되는 것을 웹소설 작가의 '데뷔'라고 볼 수 있답니다.


데뷔하고 나면 추후 경력이 인정되어 보다 수월하게 투고 합격이나 컨택이 이루어지고,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출간 경력을 쌓아야 작가가 된다는 뜻인데, 어떻게 해야 출간의 길로 이어질 수 있을까?


1. 무료연재처에 작품을 업로드한다.

-무료연재처를 통한 출간 공략이 유효한 여성향 장르는 현대로맨스, 로판, BL이다. 특히 BL 장르는 무조건 투데이베스트에 도전해야 한다. 생태계 변화로 로판은 투도의 의미가 거의 소실된 상태이다.

-각 장르마다 주요 플랫폼이 다르다. 엉뚱한 곳에 업로드하면 안 된다.

-로맨스는 보통 미공개 투고를 하는데, 무조건 미공개 투고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의외로 컨택이 정말 많이 온다.

-무작정 다다다 올리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각 장르마다 전략이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


2. 출판사의 컨택을 받는다.

-무료연재처에서 출판사들에게 컨택을 받을 수 있다.

-로판은 투데이 베스트 도전 전에 컨택이 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작품에 관심이 없는데 흩뿌리는 컨택일 수도 있고, 투데이 베스트 도전 후 더 좋은 조건의 컨택이 오기도 한다. 너무 들떠서 무작정 수락하지 말고 지켜보자.

-무료연재 성적이 좋으면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출판사의 컨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 무료 연재처의 인기와 유료 연재 시장의 인기 사이의 갭 차이가 큰 소재로 도전했을 경우, 컨택이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3. 마음에 드는 출판사에 직접 원고와 시놉시스로 투고한다.

-투고의 꽃은 로맨스이다.

-판타지, 무협은 투고를 하지 않는다. 무료연재처에서 선택받지 못한다면 출간이 어렵거나 희한한 출판사에 걸린다. '계약'까지는 가능한데 절필을 고민하게 만드는 험난한 고행길이 시작된다. 출간 심사 후 받는 프로모션도 분명한 제한이 생긴다.

-로판은 조아라 영애가 살았네 죽었네 말들이 2023년부터 많았지만, 지금은 죽기 직전이 아니라 이미 작고하시고 납골당에 계시다. 요즘은 미공개 투고, 대형 매니지먼트 공모전 지원 등의 방법이 주요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로판에 한해 신인은 미공개 투고도 까다로운 편이니 원고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조아라 영애가 절지동물처럼 BL만 숨이 붙어 있다. 투도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직까지는) 웬만하면 해야 한다. 투도 성적이 별로여도 단행본 출간이 가능하고, BL은 안에서도 독자 취향이 많이 갈리기 때문에 한줌단을 끌고 출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도 성적이 안 좋아도 리다무에 가거나 단행본 매출이 좋은 경우가 많다. BL의 무료연재가 필수인 이유는 독자 확보 때문이고, 투도에 성공해서 선인세나 비율을 올릴 수 있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무료연재 생략하고 투고하더라도, 어쨌든 계약 후에는 결국 무료연재 해야 함)


4. 컨택 및 투고 합격을 통해 전달받은 여러 출판사의 계약서 조항과 조건을 비교해 본다.

-제발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자'라는 마인드부터 내다 버리자. 아무 출판사나 덜컥 갔다가 좋은 꼴을 보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에 가보지도 않은 부동산 서류에 서명하는 사람이 어디 있고, 만나보지도 않은 고양이 입양 서류에 서명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절실한 게 맞다면 내가 어디랑 계약하는지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여기 밖에 없는데"는 금물. 출간 안 하느니만 못한 최악의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뒤는 어떻게 될까? 계약하고 몇 년째 출간 못하고 수정만 하면서 우는 지망생을 본 게 두 자릿수가 넘어간다. 원래 쓰려고 했던 글 말고 엉뚱한 글을 억지로 시켜서 쓰는 작가는 더 많이 봤다. 담당자에게 막말을 듣고도 아무 말 못하는 사람은 더 많다. '나는 간절해'에 갇혀서 참기만 하다가 자존감이 바닥나서 결국 본인이 문제고 본인 잘못이라 생각하며 업계를 떠난다. 지망생들이 그런 상처를 받는 꼴을 보고 싶어하는 선배는 아무도 없다. 받아주는 곳이 정말 없다면 드롭하고 새 작품으로 재도전하는 것이 맞다.

-독소조항, 뒤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자. 출판사가 정말 독소인 줄 모르고 실수로 그 조항을 넣었을까? 수정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들 하는데. 어쩌다 한두 개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 개가 넘어간다면 '이 출판사가 나를 만만하게 보고 호구 잡으려고 하는구나'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미 독소조항을 넣을 때 호구 잡으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단어 몇 개 수정해본들 마음까지 같이 수정될까? 누가 봐도 수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대하는지 훤히 보이는 조항도 있을 수 있다. 그 때는 굳이 수정 요청할 것도 없다. 음흉한 가계약서 뒤에 있는 차가운 비즈니스는 생각보다 무섭다. 계약서는 토씨 하나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정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통상 여성향은 7 : 3의 정산비율이 일반적이다. 7.5 : 2.5 또는 8 : 2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무료연재 성적이 좋거나 경력이 높을수록 조건이 좋아진다.

-표지 지원에 대해 비교해 본다. 유료연재를 1순위로 고려하는 편인 로판은 일러스트 표지의 중요성이 높다. 현대로맨스는 단행과 유료연재로 갈라진다. 유료연재는 일러스트, 단행본은 디자인표지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우에 따라 가끔 단행본에 일러스트 표지를 쓰기도 한다. 본인의 작품 계획에 따라 일러스트 표지 지원비용 상한선, 출판사와 연계되어 있는 일러스트 작가 슬롯 등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표지가 명화 수준일 필요는 없는데, 진입 장벽이 되면 안 되니까 기본 수준이 못 되는 곳은 거르는 게 좋다. 다만, 지원 비용이 높지 않아도 퀄리티가 괜찮을 수 있다.

요즘은 시장이 많이 어려워져서 표지 비용 본전만 뽑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원 금액도 많이 줄었고, 프로모션 심사 결과 확인 후 일러스트 표지 지원 여부를 달리 하는 경우도 많다. 불과 2023년만 해도 이런 풍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출판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 이제는 다들 이해하는 추세이다. 매출 지표를 보면 꼭 표지가 예쁘다고 매출이 더 잘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높은 상한선을 고집할 이유가 많이 없어진 시점이다.

-출간 종수, 최신 출간작 기준 프로모션 성적 등을 참고해 본다.

-어느 정도 검토가 끝났다면 작가 커뮤니티나 투고 정보 사이트에서 출판사에 대한 리뷰와 평가를 꼼꼼히 찾아보고 문제가 되는 이슈가 없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조건이 좋아도, 친절해 보여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5. 플랫폼 심사 준비

-출판사를 선택해 계약하게 된다면, 심사고를 준비해 지망 플랫폼에 프로모션 심사를 넣는 과정을 거친다. 각 플랫폼마다 프로모션의 종류가 다르다.

-담당자와 함께 심사고 피드백 및 수정, 교정 교열 작업을 하고, 시놉시스 또는 서지정보를 준비하여 플랫폼에 접수한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리디북스가 가장 빨리 나오는 편이고, 카카오페이지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장르와 원고가 몰리는 특정 시기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기고, 같은 시기에 넣은 누군가는 빨리 나오고 다른 누구는 늦게 나올 수도 있으니 복불복에 가깝다.

-심사에서 떨어지면 다른 플랫폼에 다시 심사를 넣는다. (동시 투고는 절대 안 된다.)

-심사에 합격하면 론칭 일자를 받을 수 있다. 플랫폼 측에서 런칭 희망 일정을 묻는 메일이 오는데, 통상 일주일 내에 회신해야 한다. 이때 의견을 전달하면 비슷한 날짜로 맞춰주거나, 특정 변수에 따라 미뤄지거나 앞당겨지기도 한다. 리디북스의 경우에는 심사 접수 당시에 런칭 희망 일정을 먼저 전달하고 리디북스에서 통보해준다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런칭일 전까지 부지런히 집필하여 원로를 쌓고 담당자와 함께 교정 교열을 한다.


6. 론칭

-론칭 날짜 전에 플랫폼에 작품 등록을 마친다. 그리고 론칭 당일 작품이 플랫폼에 업로드되면 데뷔 작가가 된다.

-론칭 후 작품 성적, 댓글이나 리뷰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1억 뷰를 내는 작품에도 악플이 한 트럭이다. 웬만하면 안 보는 게 좋고, 정 궁금하면 담당자에게 대신 확인해 보고 반응만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독자 반응이 다음 작품에 도움 된다고 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사실 도움 되는 말은 별로 없다.

-절대 독자 댓글이나 리뷰에 등장해서 작가 정체성을 보여주지 말자. 파탄의 지름길.

-정산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출판사에 원장부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차기작을 준비한다.



6번까지 잘 따라올 수 있다면,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다.


출판사나 플랫폼과 함께 하게 되면 회사 소속의 직장인일 때 상상도 못 했던 기상천외한 일과 상식을 벗어난 일들을 많이 겪게 된다. 나를 보호해주는 법무팀이 없으니 온갖 부조리함에 혼자 맞서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계약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생기지 않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4, 5, 6에서 좌절하는 사람이 정말 많고, 모두 거치고 나면 그중 극히 일부만이 월 천 작가가 된다.

수많은 종사자 중 탑클래스가 극소수인 건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웹소설 작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다른 어느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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