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제목의 시가 세 편이나 실려 있는 시집을 읽었다
같은 제목을 달고도 할 말이 그치지 않아
다시 말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나와 당신의 얼굴은
서로 같은 얼굴인데 아직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해도 다한 거 같지 않아
장문의 메일까지 보냈던 옛날이 있었다
나는 어제의 나인데
당신은 내일도 당신인데
하루를 살고 또 다하지 못해 내일을 산다
어젯밤에는 보름달이 참 밝았다 그 달도 같은 달인데
나는 달빛 아래서 본문처럼 조금씩 바뀐다 어쩌면
우리는 달이라는 같은 제목을 달고 조금씩 달라지거나
서로 닮은 듯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인데
초록눈 사마귀 처마 끝에서 부제처럼 매달려 있다
어제와 오늘은 같은 오늘이고 당신과 나도 어제와 같다. 그러나 같지만 같지 않다. 마치 같은 제목으로 바꿔말해야 하는 시처럼 우리도 늘 그렇게 바꿔 말하기를 반복한다. 어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어제 다하지 못한 일을, 어제 다하지 못한 생각을 하고 또 한다.
백일홍이 뜨거운 햇살 아래 피고 또 피고 하는 것처럼, 매미가 어제 못다 한 울음을 또 우는 것처럼
백일홍은 어제보다 좀 더 많이 혹은 좀 더 시든, 매미는 어제보다 조금 굵어진 소리 혹은 조금 가늘어진 소리로... 다 그렇지 않은가. 어제와 같은 나를 반복하다 보면 다른 내가 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