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처음 그 말이 나왔을 때는 '사회적'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밖에 나가서도 실내에 있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밥 먹을 때도, 밥 먹는 순간만 빼놓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입으로 밥이 들어갈 때 비로소 벗게 되는 마스크!
새 근무지에서는 마스크 쓴 얼굴부터 보았던 터라 어쩌다 마주치는 마스크 벗은 얼굴은 새롭고 낯설다. 마스크 벗은 얼굴이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눈은 굉장히 샤프하게 생겼는데 코가 너무 크거나 입술이 너무 두꺼워서 푸지고 후한 인상으로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눈은 평범한데 얼굴 아래가 또렷해서 눈빛이 확 살아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느낌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는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어떻게 느껴질까를 생각하게 된다. 마스크를 벗는 게 더 낫다고 할까 더 못하다고 할까. 마스크 벗기가 망설여질 때가 있다. 어느덧 나는 마스크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사람이 모자가 없으면 민숭민숭하고 허전해지는 것과 비슷할까?
기다리던 점심시간. 급식실에 들어가면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등을 보이고 고개를 수그린 채 밥을 먹고 있다. 수그린 목과 등 너머로 창밖 풍경이 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뒷줄 사람들은 앞줄 사람들의 등을 보며 밥을 먹는다. 밥 먹으러 절간에 와 있는 듯하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서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반찬 이야기를 하고 남의 흉을 침 튀기며 말하고 그러다 대화가 끊어지면 왠지 어색해하는 대신, 풍경과 등을 바라보며 조용히 밥을 먹는 것도 꽤 괜찮다. 오로지 밥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있고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도 있고 내가 얼마큼 먹었나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으니까.
나는 마스크 안에서 나의 숨 냄새를 맡았다. 아, 나의 숨 냄새는 이런 것이었구나, 마스크의 갇힌 공기 안에서 느껴지는 나의 숨 냄새는 어쩔 때는 퀴퀴하기도 하고 탁하기도 했다. 그것이 침 냄새와 섞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함부로 나의 숨이 남의 코로 가 닿았구나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도 든다.
마스크를 가지고 너무 많은 말을 했다. 어쨌든 밥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벗는다는 것이 꼭 안경을 벗곤 한다. 얼굴에 두 가지나 있으니 헷갈리는 거다. 안경을 벗는 일이 더 자주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다초점 안경과 돋보기를 수시로 바꿔 끼곤 하니까. 누가 이런 실수를 볼까 봐 얼른 안경을 집어쓰고 마스크를 벗으면서 옆 사람 얼굴을 흘낏 본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밥을 먹는 거 같다. 오늘 옆에 앉은 사람의 얼굴은 기대 수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