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라는 것은 바닷가에 서 있는
주유소 우체통 같기도 하다가
아무도 없는 운동장 트랙에 서 있는 늙은 플라타너스
그 잎새로 숨어드는 저녁 새의 습한 날개 같기도 하다가
짱뚱어 다리 밑 물 빠진 갯벌 위에서
저보다 더 작고 저보다 더 안 보이는 것을
집어먹고 있는 칠게의 공손한 손 같기도 하다가
훌쩍훌쩍 한 움큼씩 뛰어넘는 돈나무 향에 우르르 우르르
밀려나는 핏기 없는 파도 같기도 하다가
폭우가 쏟아졌다는 새벽
어떤 이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라 여기고
또 어떤 이는 천둥 때문에 잠을 못 이뤘다는데
어느새 개어버린 구름 밑 파란 하늘처럼
내 마음이란 것도 가만 있지 못하고
다른 곳에 가보는 회오리처럼
모서리에 쌓이는 종교적 소리처럼
끝내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개천가 개복숭아 빛깔처럼
신안 증도에서 1년 살았다. 다리를 세 개 건너야 도착하는 섬이다. 입구에 서 있는 슬로우 시티 간판. 정말 슬로우 슬로우한 섬이다. 사람도 드문드문, 가게도 드문드문. 오로지 바람과 안개와 하늘과 모래가 서성이는 곳. 그곳에서는 저녁이 되면 왠지 마음이 서늘해지곤 했다. 그럴때면 한 발을 몸 쪽에 숨기고 한 발로만 서 있는 왜가리처럼 내 가슴에 뭐가 들어있나 들여다보거나 바다 너머를 오랫동안 보게 되지만 대개는 심심함, 외로움 등등에 갇힐 때가 많았다. 번잡한 도시가 저절로 그립게 되는 혼자가 나뒹그는 섬마을. . . 그 혼자들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보지 못하고 빠져 나오고 말았다. 혼자를 오랫동안 풍경으로 직면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었다.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와서 나는 등 뒤에 붙어있는 혼자의 세계를 기억처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