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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Apr 17. 2024

사위는 아들이 아니에요

부제: 직원도 사장이 아니고요!!

사위는 아들이 아니에요.


드디어 말했다! 결혼 18년 만에.  

 남편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으니, 올해 우리는 25주년을 맞이한 횟수로만 따지자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고도 남았어야 할 중년 부부다.


다혈질인 우리 가족에 비해 (비교적) 남편의 심성은 안온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출동하는 홍반장을 자처한다. 엄마와 내가 싸울 때도, 엄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한참이나 어린 동생이 불같은 사춘기를 보낼 땐 나 역시도 새벽까지 찾아다닌 적이 있으나, 내 새끼를 키우면서 한 발짝 물러났고 그 자리를 자처한 건 남편이다. 그러니까 동생이 집을 나가거나 아버지를 들이받아도 연락 오는 건 남편 쪽이었다.


리사 씨는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사회에서 비치는 내 모습이지만, 친정식구들에게는 그게 참 힘들다. 상성이 불같은 집이라(나 역시도 그러한 건 인정한다.), 대화보다 화가 먼저 난다.


남편은 서울로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처가에 들렀다. 내가 가도 불편하고 숨 막히는 곳을 남편은 지난 세월 동안 묵묵히 갔다.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던 남편이 최근엔 할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손이 큰 엄마가 한솥끓인 김치찌개를 싸줄 때, 어머니 딱 한 번만 먹을 것만 싸주세요! 이렇게 많이 싸주시면 저 안 가져가요.라고 말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얼마  엄마가 싫은 소리를 한다. 우리  애들에게만 유독 사나운 친정집 개한테 남편이  소리   싫었나 보다.  쪼그만 개가 물어봤자 얼마나 아프다고  우리  친정의 반응이다. 어찌나 앙칼진지, 둘째는 혼비백산 도망치고, 첫째는 (살짝이지만)  물렸는데도 말이다.


친아들 대하듯 (물론 나도 있는 방이지만) 너네 정말 많이 컸다! 단톡방에서 화를 내는 부모님께 한마디 했다.


사위는 아들이 아니에요!

(물론 개인톡으로 우회해서 이야기 했다.)


수년만에 재 취업한 회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느껴질 때가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세요."

 "Think like a CEO." 


나에게도 이 말이 진리인 것처럼 살던 때가 있었다. 대리는 과장처럼, 과장은 차장처럼, 차장은 팀장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그래야 더 성장합니다. 참으로 아들 같은 사위, 딸 같은 며느리스러운 말이다. 세상에나. 사장 같은 월급을 주시던가요!!

직원 월급을 주면서 사장처럼 일하라니 이건 폭력이야!

대기업에 재직중일 때, 내가 가장 많이 배웠던 사수가 있었다. 그는 내게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디에 가던, 너의 80%만 보여줘. 100%, 120%를 다 보여줄 필요는 없어. 나머진 위급할 때를 대비해 아껴두도록해.


그는 현재 모기업의 이사로 있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힘숨찐이  필요가 있다. 120% 달리고 사장의 마인드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달려가다가는 제풀에 지치곤 한다. 물론 친구 중에서도 가끔 이런 마인드로 자신을 활활 태우면서 질주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거겠지.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인간들은 그러다가는 연소되고 만다. 제풀에 지쳐 120%는커녕 10% 힘도 남지 못하는 번아웃이 와버리기 마련이다. 각막에 대상포진이 걸리고 만다.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말했다.


"현대인이 왜 피로했는지 아십니까? 곳곳에서 '넌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과도한 긍정성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하다 쓰러지면서도 스스로 착취한다는 인식을 못 하는 겁니다.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난 시댁에서 딸 말고 며느리를 선언한다! (나보다 멀쩡하고 심성 고운 딸이 있다!)

회사에서 팀장 마인드 말고 팀원 마인드로 일할 것을 선언한다!

(재취업한 리사는 팀장 월급도 사양이다. 적게 벌고, 글쓸테다.)


남이 사장처럼 일하라고 해서, 아들처럼 딸처럼 행동하라고 해서 그럴 필욘 전혀 않을까? 그게 내가 마흔 넘어  취업하며 느낀 나만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사내에서 리더십 강사로 강의하면서의 나는 이런 이율배반적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원하세요? 그럼 CEO처럼 생각하세요!


지행이 불일치하니 이번생애군자가 되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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