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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Apr 24. 2024

대기업엔 적고, 중소기업에만 많은 것들.

직장 동료가 퇴사한다.

벌써 두 명째 사직했을 정도로 블랙홀로 악명 높은 자리이다.


 대기업에 다닐 때와 중견기업으로 재취업을  뒤인 지금을 비교하자면. 가장  특징이 바로 '이직'이다. (물론 진짜  특징은 연봉이겠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대기업에서는  몸값을 높여 이직을 하는 경우제외하고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직장 평균 근속연수가 우리나라 팁을 달리는 수준이라  그랬겠지만.


그러나 작은 회사에서의 이직은 너무 흔한 일이다. (새로 들어왔는데, 휴가를 다녀와보니 그만둔 직원도 .) 지방 사무직 자리는  심한 편이다. 오히려 현장직은 각종 수당이 붙어 열심히 한만큼 돈을 버는 메리트가 있지만,  사무직은 현장직과 월급 차이가 워낙 크기에 이직이 높다. 이유는 이렇다. 누가와도   있는 일이니까.


블랙홀로 악명 높은  자리도, 이틀 만에 인수인계가 끝이 났다. 물론 새로  직원분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번 폭풍 속을 홀로 걸어야  테지만.


대기업을 다니다 여기에 와서 놀란 다른 점은, 대무자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장기 해외여행을 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대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많았으니까. 마치 대기업에선 커다란 통나무를 열명이 들고 있어서 중간에 한 명 정도 빠져도 관계없지만, 여기선 같은 크기의 나무를 두 명이 들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한 명이라도 빠지면 통나무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 자체가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답이 없는 업무를 하는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이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기업에서는 만약 그런 업무가 존재한다면, 시스템상으로 바꾼다거나, 개발을 통해 사람의 역할을  최소화해버린다. 인력은 곧 비용이니까. 하지만, 중견기업에선 그 부분을 아직 사람이 대체한다. 시스템으로 개발하기엔 너무 큰돈이 발생하니 차라리 사람이 수기로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무직의 생산성 =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버리고, 부장은 마치 생산라인의 감독관처럼 눈에 불을 켜고 누가 자리를 이탈하나 감시하는 형국이다.


내가 소모품처럼 느껴져요.

세상의 월급쟁이들이 한 번씩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이렇게 누군가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한 5월까지 근무를 끝으로 퇴직을 하는 동료가 다음 주는 연차를 써버려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끝난 마당에 휴가는 왜 썼어요?  남은 연차는 돈으로 돌려줄 텐데?" 내 말에 그이가 대답한다.

"나오기 싫어서 그렇죠. 돈도 안 받고 싶을 만큼."


영화 인타임이 생각난다.

모든 비용을 시간으로 계산되는 세상.

어쩜 나는 매일 8시간의 수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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