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영향인가? 우리도 모르게 사회에서 서로 공유되고 있는 생각인가?
아내가 임신을 하면
“뭐 먹고 싶어? 내가 나가서 사 올게.”
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사실 난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새벽에 딸기를 사 오라고 하면 사 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몇 주 안 된 지금 우리 아내는 입덧을 하고 아주 신경이 예민하다.
평소 속이 안 좋아서 속으로 가스 배출(방귀)이 나오면 그러려니 했던 아내도…. 이제는 아주 강하게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임신을 하면 아내를 관찰해 보면 여자는 평소보다 감각이 더 뛰어나지는 것 같다. 물론 남편들도 감각이 뛰어나지는 것 같다. 그건 아내의 눈치를 보는 감각이다.
입덧마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우리 아내를 관찰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입 맛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난 이럴 때 정말 그런가 아내를 유혹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맛있지만 우리의 몸을 조금 힘들게 할 수 있는 피자, 햄버거 등등을 아내 옆에서 먹어 보았다. 이런 행동은 아주 위험하다. 한 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궁금한 것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역시 그럼 아내는 예전에 먹 던 습관대로 조용히 한 마디를 나한테 던진다.
“한 입만”
근데 이 방법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내가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좋다는 생각에 이런 짓(?)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기침을 하더니 바로 구토를 한다. 조금 미안하다.
두 번째는 자꾸 뭔가를 씹으려고 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껌이나 사탕 같은 것을 물고 있으면 입덧이 조금은 나아진다고 했다. 아내에게 괜찮은 사탕이나 껌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역시. 우리나라는 정말 없는 게 없다. 입덧 사탕, 입덧 껌 등등이 엄청 많다. 심지어 이탈리아 남부에 먹었던 레몬 사탕을 여기에서 볼 수 있었다.
일단 인터넷에서 당이 적은 껌과 사탕을 구매했다. 내가 할 일은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다가 아내가 속이 메스껍다고 하면 바로 껌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 나갈 때도 사탕이랑 껌은 챙겨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입덧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는 아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우리 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에는 공대를 다니는 인기 많은 여학생이었다. 수많은 남학생에 둘러 쌓여 있었다. 몸무게는 50kg로 안 나가는 마른 체형이었다. 근데 나를 만나서 8년이나 연애하면서 살이 많이 쪘다. 내가 맛있게 먹는 걸 잘하다 보니 우리 아내도 점점 잘 먹게 되었다. 지금도 자기가 살찐 건 나 때문이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속으로는 항상 생각한다. 그렇게 음식을 잘 먹던 아내가 잘 못 먹는 모습을 보니 그냥 마음이 조금 그랬다.
임신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닌 내 안의 다른 생명을 위해 한 사람은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한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노력을 한 번 이상 받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모르고 있는 엄마 뱃속에서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파에 누워서 뭐 가져오라고 지시하는 아내를 보면 웃음이 나지만… 나름 귀여운 면도 있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우리 아내는 입 맛이 없다고 하면서… 빵을 먹고 있다.
난 화장실 불을 켜 놓았고, 한 손에는 껌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