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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오선생 Sep 23. 2021

3. 서로가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우리는 임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병원에 갔다. 가면서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이 됐다. 


“우리가 어렵게 가진 만큼 지져야 할 텐데..”

 

 이런 대화를 아내와 주고받으면서 병원을 향해 갔다. 임신 초기 부부들의 대화에서는 유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보통 임신 초기에는 유산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피검사 수치 등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이야기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 이렇게 떨리고 설레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면 너무 감상적인 것인가. 난임 병원을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을 하다 보니 병원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내랑 몇 년간 난임 병원을 다녔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난임 병원은 주로 평일 오전에 간다. 보통 병원이 9시나 10시에 여는 것과는 다르게 오전 7시 30분 정도면 사람이 거의 다 차있다. 신기하다. 아침 먹기 전부터 병원은 문을 연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처음에는 왜 이른 시간부터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임 병원을 조금이라도 다녀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오전에는 진료, 오후에는 시술이 잡히기 때문이다. 오전에 진료를 보고 다양한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이 일찍부터 운영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준 전문가가 된 건가.

 이런저런 병원 이야기 말고... 내가 난임 병원을 다니면서 서로 의식하지는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 서로 지키는 있는 몇 가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부부가 오지만 아이들과 같이 오는 부부는 많지 않다. 물론 난임 병원이다 보니까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모든 병원을 보면 어린아이들은 꼭 있다. 물론 가끔 보면 아이들과 함께 오는 부부는 있지만 웬만해서는 아이를 병원에 대려오지 않는다. 


 "왜? 사람들이 둘째 상담을 하러 오는 데, 첫째는 안 데리고 오는 거야?"

 사람들이 왜 오는지 상담 내용을 엿듣다가, 어느 날 궁금해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당연하지. 이건 지켜야 하는 예의지."

 뭐지. 난 모르겠는데. 너만 아는 비밀인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내가 조용히 있으라고 해서 바로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기보다는 느끼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공감. 

 난 아이를 데려오지 않는 점이 타인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여기 오면 사람이 위축된다. 아이를 볼 때면 더 그렇다. 

 아이를 볼 때마다 '왜 우리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난 항상 이상하게 옛날에 컵라면만 먹고살았던 자취 생활을 미워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 1년 이상 병원을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병원은 성인 남녀들로 가득하다. 보통 병원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뛰어다니지만 여기는 그렇게 있지는 않다. 정말 1달에 1~2명 정도 볼 정도이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기 때문에 아이를 데려오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로 아내의 배 속을 보여줬다. 아이 둘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영아 대백과 사전에서 보았던 그 사진이다. 너무 귀엽다. 사실 올챙이 모양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이상했다. 그래도 귀엽다. 아내는 쌍둥이가 아닐 거라고 했지만 쌍둥이 임을 확인하고 걱정과 기대감을 가졌다. 

 

 초음파로 우리의 아이들을 보여준 선생님이 초음파 사진을 출력해서 주셨다. 예전 친구들이 초음파 사진으로 자랑할 때, 이게 뭐냐고 놀렸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도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받고 문을 나설 때, 아내는 내가 보고 있던 사진을 뺏더니 가방에 바로 넣었다. 당황했지만 우리 아내님은 항상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건 여기서 꺼내 보는 게 아니야. 말하지 않지만 서로 약속이라고."


 병원을 오랫동안 다녔지만 초음파 사진을 보는 부부를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몇 년 동안 다니면서 대기실에서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는 부부를 본 적이 없다. 이렇게 큰 병원에서 임신에 성공한 사람이 그동안에 없었을까. 아마 매일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임신에 성공했을 때 가능하다. 임신을 확인해야지만 초음파 사진을 볼 수 있다. 일종의 졸업장 같은 느낌이랄까. 

 초음파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가방에 집어넣는 아내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배려. 

 이런 작은 배려가 숨어 있다는 사실에 난 사실 많이 놀랐다. 아직 갖지 못 한 분들을 위한 배려. 초음파 사진 하나에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많이 웃었고, 울었다. 우리 아내는 날 부끄러워했지만 난 너무 좋았다. 하지만 또 다른 좋았던 점은 난임 병원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공감과 배려였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졌던 동질감과 배려. 내가 약간 감성적으로 생각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세상이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갖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중에 말해줘야겠다. 


 "너희는 정말 따뜻한 세상에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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