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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오선생 Oct 20. 2021

나를 찾아 떠나는 길

 "잠시 쉬고 싶어요."

 

 "그래? 근데 입시가 얼마 안 남았는데?"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대화와 대화 사이에는 눈에 띄지 않는 쉼표가 있었다.  

  

 "선생님 대학을 입학하고 바로 휴학해도 되겠죠?"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냥 쉬고 싶어서요."

 

 우리 반 학생은 아니지만 일이 있어서 교무실로 불렀다. 평소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라서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다. 

 

 '쉬고 싶다가 나도 쉬고 싶은데.'

 이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학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내용은 이랬다. 


 중학교 때부터 영재고에 진학하려고 엄청 많은 노력을 했다. 결국에는 떨어졌지만 차선으로 과학고등학교에 들어온 것이다. 과학고에 들어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1등을 했다. 공부도 잘하니까 조기졸업 대상자가 돼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들을 때는 자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 이야기였다. 

 어릴 때부터 항상 제일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도전했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내가 아닌 나를 만들고, 다른 사람의 모습 속에 본인을 찾으려고 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나다운 게 뭐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 거다. 고민은 꼬라에 꼬리를 물고 불안으로 자랐다. 지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대학 면접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나다운 게 뭐지?' 

 나도 문득 이 말이 귀에 들어왔다. 사실 아직 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내가 뭐라도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마음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했지만 나도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단어가 떠올랐다.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다. 갑자기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되었고, 뭉크의 그림이 생각이 났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죽음을 표현한 화가. 왜 뭉크는 죽음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죽음을 생각하고 시간의 유한함을 고민한다면 나를 천천히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생에게 죽음 말할 수는 없었다. 


 "제주도를 걸어서 일주하면 어떨까?" 

 이 한마디에 아이는 얼굴이 밝아졌다.  

 "네. 샘. 너무 좋아요. 저 걷는 것 좋아해요."

 

 예전에 제주도를 걸었을 때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걷다 보면 바다도 보이고, 예쁜 카페도 보이고, 고등어 맛집도 보인다. 계속 걸으면 힘들어서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했나라고 생각한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언제까지 걸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이렇게 불만이 많았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그다음부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를 조금씩 보게 된 것 같다. 


 물론 걷는 다고 나를 알진 않을 거다. 하지만 걷다 보면 나만의 시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시간의 유한함을 느끼다 보면 나를 돌아보지 않을까. 죽음은 아니지만 그 근처에 가지 않을까.

 물론 이 학생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를 알아가야 할 거다. 내가 제안한 방법은 그냥 하나의 제안일 뿐이니까. 

 나다운 게 뭔지를 궁금해하는 것도 나다운 것을 찾는 첫걸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이 대화를 마치고 돌아갔지만 나도 한참을 고민했다. 정말 나다운 건 뭔지. 나도 오늘부터 다시 고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도 나를 한 번 알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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