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너머의 공감
"선생님 잘못된 생각입니다."
"틀린 거 같아."
틀렸다.
무엇이 틀렸을까?
최근에 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과 듣는 말이 틀렸다 라는 말이다.
학생들과 관련된 교육과정 문제로 다른 선생님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교육과정을 정하는 것은 학생들이 무슨 과목을 몇 시간 배우는지 정하는 것이다. 학교는 연말이 되면 내년 교육과정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이 충돌한다.
사회에 있는 여러 회의처럼 학교도 이런 일이 많다. 하지만 학교에선 교육과정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이 오고 간다. 새로운 것을 하자는 분도 있고, 기존의 것을 지키자는 분도 있고.
요즘 내가 주장하는 일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선택한 대로 수업을 구성 하자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 일단 기존에 계신 분들이 싫어하는 게 가장 크고, 그다음은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문제다. 그리고 서로 운영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 회의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틀렸다는 말이다.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를 때 틀렸다 라는 말을 많이 하는 거 같다.
사실 일상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서로 틀렸다는 느낌의 말을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틀렸다는 말은 다른 정답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 정답이 알고 보면 자기 생각일 때가 많다. 나는 맞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 이러다 보니 서로 대화가 안된다.
문득 다른 걸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다르다고 인정하면 서로 토론하고 조정할 여지가 많은 텐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토론을 해야 한다고 나온다. 토론을 통해 틀린 부분은 보완이 되고 옳은 부분은 더 진리에 가까워진다고 밀은 주장한다. 근데 우리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대화를 안 한다. 일단 다른 의견을 공감하기 어려워한다. 어른이 되면 될수록 더 안 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요즘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항상 정답이 있다고 가르쳐주다 보니, 자기가 말한 내용이 틀린 지 맞은 지에만 관심이 있다.
특히 과학을 가르치다 보면 그런 일이 많다. 항상 정답이 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과학도 사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기존의 지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내용만 가르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의 질문에 답하면 왜 그럴까 보다 틀린 지와 맞은 지만 확인한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사실 선생님들 의견을 듣다 보면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좋은 것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 의견에는 서로 마음이 같다. 결국 각자 교육관이 다르고 철학이 달라 의견 차이가 벌어진 것이지 서로의 의견을 곰곰이 들어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의견이 틀렸다가 아니고 다르다고 하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틀렸다는 말을 넘어 다르다고 인정하면 서로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