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Oct 31. 2023

선교사의 실수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자리한 불교 국가이다. 

1975년에서 1978년까지 3년 7개월 동안 폴 포트 공산 정권은 인구 700만 명 중 1/3에 해당하는 200만 명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거나 학살하였다. 

안경 쓴 사람은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여 모두 죽였다. 

총알이 아까워 아이들을 나무나 돌에 쳐 죽였다. 

지식인이 사라진 캄보디아는 경제적으로 몰락하였다. 

농업에 의존하여 사는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3년 현재 1,591달러이다. 

국가별 GDP 순위로 따지면, 149위이다. 

정말 가난한 나라이다. 

15년 차 캄보디아 선교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한번은 꾀죄죄한 농부가 찾아왔다.

50대로 보이는 농부는 짧은 반바지만 입었고, 몸은 흙투성이로 무지해 보였다. 

그가 선교사를 찾아온 것은 서양 종교인 기독교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선교사는 하찮아 보이는 시골 촌부를 마음으로 살짝 무시하였다. 

대화가 진행되는데 이 하찮은 시골 촌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놀라웠다. 

대개의 캄보디아 남자들이 그러하듯, 그는 젊었을 적 불교에 헌신하여 잠시 승려생활을 하였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종교철학적 질문들은 심오하였다. 

선교사는 동공이 흔들렸다. 

선교사는 마음을 다져잡고, 정식으로 그와 대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캄보디아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몸인데 밀릴 수 없었다. 

논리적으로, 종교적으로 불교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토론은 열띠었지만, 승부를 낼 수 없었다. 

시골 촌부는 그날 이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선교사는 그 경험을 들려주면서, 나에게 질문하였다. 

“그때 어떻게 해야 됐을까요?”

“나 같으면 그 시골 촌부와 싸워 이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골 촌부를 스승으로 모시겠다. 

나는 비록 캄보디아에 선교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캄보디아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나 많소.

나에게 캄보디아를 가르쳐주시오. 

캄보디아의 정신, 문화, 종교, 생활 습관, 풍습 등을 가르쳐주시오.

그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으면 그는 당신을 계속 찾아올 것이오.

그와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면서 교제를 했을 것이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오.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신적 위기, 심리적 위기, 질병의 위기 등을 만나게 된다오. 

그때 그를 찾아가 진심으로 손을 잡고 눈물 흘려준다면, 그는 그때 예수를 만나게 될 것이오. 

최소한 그가 예수를 만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를 통해 캄보디아를 잘 알게 되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오. 

나도 선교사로 헌신한 적이 있었지만, 선교사의 가장 큰 병은 상대를 존중하고, 머리 숙여 배우려는 마음보다는 가르치고, 전도하고, 설교하려는 것이요.”

학교 후배였기에 거리낌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마음이 통하는 이야기를 하니 서로의 마음이 시원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본회퍼의 예술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