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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25. 2016

딸의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나요?”

“안 가는데요.”

“그래도 신혼여행은 가야 하지 않나요?”

“제가 사는 밴쿠버가 신혼여행지인데요. 뭐!”

성애가 결혼하고 나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다. 아빠는 그래도 소록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성애는 아예 신혼여행 갈 생각을 않는다.

딸 결혼식 날짜가 정해진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캐나다에 사는 딸과 여러 차례 통화하였지만, 그때마다 “교회에서 간단하게 예배만 드려요.”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래도 남들 보는 눈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말을 해도 성애는 꿈쩍도 안 했다.

주변에서 “결혼 준비는 잘 돼 가나요?” 질문할 때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답답할 뿐이었다. 결혼식을 2주일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청첩장을 만든 게 전부였다. 다행히 점심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예배당과 신부대기실 등을 모두 무료로 꾸며주었다. 양가에서 주고받는 예물과 예단도 없었다. 모두 평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결혼식에 참여하였다. 비디오 촬영도 없었다. 그래도 아빠로서 사진만은 제대로 남기고 싶어서 사진 활동을 같이하던 동료들에게 부탁하였다.

결혼식 날 신랑 신부를 위한 하얀 장갑을 준비하지 못한 것 이외에는 별문제 없이 잘 치렀다. 많은 하객이 찾아와서 덕담을 나누어 준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무엇보다도 피터의 늠름한 모습이 듬직하였다.

피터 가족이 3박 4일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양가의 신뢰는 더욱 돈독해졌다.  교육자 집안답게 피터 부모는 기품과 예의가 있고, 검소하면서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직장 때문에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피터와 나는 뜨겁게 끌어안았다.

“성애를 부탁한다.”

피터의 부모는 우리 가족을 캐나다로 초청하면서 다시 한 번 우의를 다지자고 거듭 말하였다.

성애는 한 주간 더 머물다 캐나다로 떠난다. 이번에 캐나다에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 손주를 낳으면 피터와 같이 오지 않을까? 짧은 일주일 동안 성애는 집안 대청소를 한다. 쓸고 닦고 정리하고. 20평 다세대 주택에 이사 오면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느라 땀을 흘린다. 버릴 것, 나누어 줄 것, 정리할 것들을 분류하면서 자신이 늘 주장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집사람에게 강조하여 말한다. 깔끔한 성애는 결혼 생활도 깔끔하게 잘할 거라 믿는다.

성애 결혼을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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