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흐름 Oct 19. 2021

#34. 울타리 리모델링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어리숙한 사람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았다.


서툴고 헐렁한 면을 가짐과 동시에 단호한 기질까지 가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혼자만의 규칙들을 알게 모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 만들어 둔 규칙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지나치게 두꺼운 벽을 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나만의 울타리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그렇게 넓어진 울타리는 위험했다.


울타리를 건드는 사람을 쉽게 경계하고, 

나의 공간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예민해져 갔다.


애쓰며 지켜왔고 쉽지 않게 만들어 왔기에 

하루아침에 이 울타리를 허물어버리고 싶진 않았다.


허무는 대신 나의 소중한 울타리를 리모델링해보기로 했다. 


입구를 좀 더 넓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무를 더 많이 심어 호흡을 더 많이 느끼기로 했다.

동식물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낮은 울타리로 바꿔보기도 하면서.


마음속에 높고 두껍게 쳐진 울타리의 리모델링을 천천히 시작해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31. 나와 우리 모두의 섬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