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힘을 다해 도로를 건너는 새끼 고양이여.
멀리서부터 코앞까지 오는 내내 함께 눈을 맞춰주는 나이 모를 의연한 노견이여.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만큼 낯설고 두렵지만
뒤따르는 새끼들을 위해 그 어떤 어미보다 힘차게 아스팔트 횡단보도 위를 앞장서는 어미 오리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기다려주고 양보해주며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나의 섬이여.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든 나의 섬은 그저 이렇게 안아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부터 크고 작은 존재들까지 가리지 않고
차분히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이런 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도,
이런 곳을 만났다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
심하게 삐걱이고 요동치다가도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스르륵 마음이 녹아내리고,
눈물이 앞을 가리다가도 어깨동무라도 하듯 어디선가 감싸 오는 섬바람에 나는 그만 홀린 듯 취해 버린다.
나와 우리 모두의 섬에게 오늘도 진한 인사를 건넨다.
나를 안아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