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어리숙한 사람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았다.
서툴고 헐렁한 면을 가짐과 동시에 단호한 기질까지 가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혼자만의 규칙들을 알게 모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 만들어 둔 규칙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지나치게 두꺼운 벽을 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나만의 울타리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그렇게 넓어진 울타리는 위험했다.
울타리를 건드는 사람을 쉽게 경계하고,
나의 공간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예민해져 갔다.
애쓰며 지켜왔고 쉽지 않게 만들어 왔기에
하루아침에 이 울타리를 허물어버리고 싶진 않았다.
허무는 대신 나의 소중한 울타리를 리모델링해보기로 했다.
입구를 좀 더 넓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무를 더 많이 심어 호흡을 더 많이 느끼기로 했다.
동식물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낮은 울타리로 바꿔보기도 하면서.
마음속에 높고 두껍게 쳐진 울타리의 리모델링을 천천히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