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가 제주도로 내려왔다.
몇 달만에 가지게 된 꿀 같은 휴가를 제주도에서 반 이상 쓴다는 건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귀한 휴가를 얻은 친구와 꽤 오래 일을 쉬기로 한 나는 이번 기회에 좀 더 제주도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남쪽에 있는 내 거처를 시작으로 동쪽과 북쪽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이미 가본 곳이 반 이상이었지만 같이 온 사람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날씨가 달랐기에 전부 새롭게 보인다.
황금색으로 가득했던 청보리밭만큼은 내 생에 처음으로 마주한 최고의 언덕.
입구에서 팔던 보리 미숫가루는 청보리밭에서의 추억을 더 시원하게 만들어준 결정적 한방이다.
오늘은 종달리에 머물기로 했다. 한창 떠오르고 있다는 예쁜 동네.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유명세에 비해 아직까진 제주 시골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곳.
분명히 조용하고 한적한 동넨데 아기자기 예쁜 것들이 많아 눈길 가는 곳이 넘친다.
엄마 같은 분이 운영하시는 조용한 식당부터 과하지 않게 꾸며진 카페까지.
골목 구석마다 얌전히 자리 잡은 가게들이 동네를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재료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해가 지면 해가 지는 대로, 손님이 나가면 나가는 대로.
머물던 내내 동화 속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