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먹고 사나 보다.
현재에 있지만 과거에 파묻혀, 지금에 만족한다지만 과거에 미련을 둔 채.
입을 열면 "내가 예전에.."로 시작하는 말로 대화는 이어진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더니 과거에 대한 추억과 미련 없는 사람도 없었다.
보잘것없는 과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입을 다물고,
'나 좀 잘 나갔었어'라는 과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입을 연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과거도, 잘 나갔었던 과거도 없는 내 눈에는
전자든 후자든 거기서 거기인 사람으로 보였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며
꽤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아니 우리는 별 다를 것 없는 개개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