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또다시 제주 #01
다시 돌아왔다, 이곳으로.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서울에 혼자 살면서 여러 번 외롭고,
별 이유도 없이 괜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으로 오고 싶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제주가 그리웠다.
도피처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온갖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끝엔 결국 제주였다.
이곳에 돌아오자, 유난히 일이 안 풀리는 지난 날들 속에 쌓여가던 스트레스와 낮아진 자존감,
그리고 무미건조한 내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리는 순간을 맞이했다.
꼬마 소녀는 어느새 훌쩍 컸지만 여전히 순수하고,
나에겐 어느덧 친언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언니는 눈물이 차오를 만큼 안정을 안겨주었다.
무심한 듯 반가움을 표하는 사람들과 어느새 또다시 어우러져 웃고 있는 내 모습 또한 익숙하다.
그렇게나 오고 싶었지만 오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도망이 아니라 휴식을 위한, 그리고 그들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예쁘장한 이유'로 오고 싶어서.
그러나 여전히 일은 풀리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진 않다.
결국 '도망'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내려온 것 같아 고개가 절로 숙여졌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오히려
'흘러가는 대로 이곳에 왔으니, 흘러가는 대로 또다시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나올 것'이라는
혼자만의 예감이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