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외국인 단체 손님이 있다며 아침 일찍 트럭을 타고 카페 대신 씨워킹을 하는 바다로 나가게 됐다.
진짜로 영어를 못한다는 나의 반복된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 년, 아니 이년을 꼬박 외국에 머물렀지만 영어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럴 욕심도 없었고.
바디랭귀지 실력만 하늘을 찌를 정도로 향상됐을 뿐.
결과적으론 단체 손님 중에 한국인이 두 명이나 있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어졌으니 다행이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그들을 보내고 나자 빈 바닥에 아무렇게나 돗자리를 깔던 사장님은 이내 바닷바람을 익숙하게 맞이하며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고 누우신다.
짜장면을 시켰다.
아직은 낯설지만 곧 익숙해질 사람들과 사방이 바다인 그곳에서 먹었던 점심은 꽤 매력적이다.
바닷바람을 실컷 맞으며 먹는 짜장면이라니.
꿀맛이 아닐 수 없다.
(나 빼고 그 짜장면을 먹고 전부 체하신 건 왜일까.)
스쿠터 적응 완료. 바람을 가로지르며 동네 한 바퀴.
한 이십 분 정도만 탔을 뿐인데 카페로 돌아왔더니 새삼스레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긴다. 오늘은 셀프 커피.
커피를 손에 들고 숙소 뒤편으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었다.
맑은 하늘과 사람 한 명 없는 한적한 그곳엔 오직 나만 존재했다.
이렇게 하나씩 일상이 만들어져 가는 중.
p.s. 오늘에서야 별이 넘치는 곳에 와있음을 확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