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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r 23. 2022

'나홀로 발리', 혼자여행이 외롭지 않은 이유

발리한달살기

혼자 여행중인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세계 18개국을 돌아다녀봤지만 여태까지 내가 혼자여행을 좋아하는줄 몰랐다. 혼자 멋진곳에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금 이순간'을 혼자 즐기기보다는 '다음에 같이오면'을 기약했다.


지금은 다르다. 이순간을 완벽히 즐기고 있다. '나'와 '지금'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생활 26일째, 요가원 합숙을 마친 후 완전히 혼자 지낸지는 일주일째. 전혀 외롭지 않다.



#혼자 있는걸 못견디는 사람


회사에서 준 달콤한 '3개월 연수' 쿠폰을 받아들었지만 팬데믹 시국에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을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지난해에 나왔어야 하지만 미루고 미루다 올해 1월에야 부랴부랴 인도네시아로 목적지를 정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코로나보다는 외로움이 두려웠다. 같이 얘기할 사람없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돌아다닐까봐 걱정됐다. 한국에서 혼자 내집에 있는 시간과 외국에서 혼자 여행하는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외로움의 깊이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외로울 틈이 없다. 휴대폰 일정표엔 점심 저녁 약속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약속을 먼저 빵꾸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 혼자 있는걸 잘 못견디는,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Now, or never


연수를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다. 마침 또 일이 재밌어지기도 했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에너지를 얻고 행복감을 느꼈다. 문득 한단어가 떠올랐다. 'Now, or never'. 고등학교 제 때 슬로건이었다. 지금 아니면 끝이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번개같이 출국을 준비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에 비자를 신청하고 2주 뒤에 출발하는 자카르타행 티켓을 끊었다.



#혼자여행, 누구와도 어울릴수 있는 자유로움


처음엔 '연착륙'이 필요했다. 6일동안 호텔에서 격리됐다. 인도네시아어 공부와 팔굽혀펴기를 하며 몸과 지식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되새겼다. 격리가 끝난 뒤엔 현지 친구들을 만나 외로울틈없는 시간을 보냈다.


혼자여행의 가장 좋은점은 '자유'다. '계획된 여행'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공간'이 없다. 나는 내가 가고싶은곳을 가고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는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우연히 친해진 인도네시아 친구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나를 배려해줬다. 친구 할머니가 정성스레 차려주신 순다요리를 먹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현지인도 잘 안가는 산에 올라 폭포를 봤다. 한국에서처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도 하고 풀빌라에서 바베큐파티를 하기도 했다. 혼자왔지만 혼자아닌 여행을 즐겼다.


#'진짜 혼자여행', 외로울 틈이 없다


아무래도 요가원 생활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것같다. 발리로 넘어와서 2주동안 요가수련을 하며 몸과 정신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됐다. 나를 제대로 파악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요가수련 이후 일주일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로지 내게만 집중하는 시간인데 외롭기는커녕 더 좋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침 6시에 눈을 뜬다. 작은 물병 두개를 비운다. 바른 자세로 앉아 명상하며 잡념을 정리한다. 몸과 장기의 역할을 다시금 느끼고 아픈곳이 없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걷는다. 온통 초록이다. '라이스필드'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은 논밭을 거니며 행복을 되새긴다.


산책 혹은 가벼운 조깅 후 숙소로 돌아와 아쉬탕가 요가로 땀을 낸다. 적당히 흐르는 땀은 내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순간순간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걸 느낀다. 열오른 몸을 수영장에서 식혀줄때의 청량감, "아 내가 지금 발리에 있구나".


#Love yourself


혼자여행은 온전히 나를 돌보는, 내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인 시간이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 자기애, 자신감,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자기애는 나쁜게 아니다.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하는 행동은 자기애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행동이다.


스트레스는 대인관계에서 온다고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다. 스스로를 비난하고 스스로에 실망하며 과한 욕심을 부리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충분히 잘했어'라며 스스로를 토닥이면 어떨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하루이틀에 한번씩 마사지를 받는다. 내 몸을 위해 마사지사와 나의 1~2시간을 투자하는 시간이다. 마사지도 요가의 일부다. 마사지는 혈과 근육, 관절, 뼈를 자극해 깨워준다.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눈감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혼자 여행하며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앞으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여행도 이전보다 더 만끽하게 될 것 같다.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던 일들도 바람과 함께 흘려보낸다. '나'와 '지금'에 집중한다. 남과 만나 '우리'가 되는 '내일'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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