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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Oct 06. 2019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자키스

No.4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이번엔 그리스를 여행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크레타 섬을 다녀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 책을 호기심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후 실제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크레타 섬의 지형, 날씨, 사람들을 만났다. 크레타는 지중해와 에게해 사이에 있는 아름답고 큰 섬이다. 그러나 신이 주신 이 풍요로운 섬은 열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치열하고 가슴 저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스만튀르크로부터의 오랜 독립 전쟁과 1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책의 배경인 만큼 아름다운 크레타 풍경 묘사 속에서도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조금씩 어두운 분위기를 띤다.


이 책은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와 주인공 ‘나’의 인생 모험을 다룬다. 주인공 ‘나’는 관찰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인인데 반해 조르바는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한 인물이다. 이 둘은 크레타로 향하는 아테네 항구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조국을, 사랑을, 갈탄광을, 종교를, 춤을, 죽음을, 자유를 노래한다. 조약돌 같이 동그랗고 밝게 빛나는 두 눈에, 투박하고 큼직한 발을 모래바닥에 쿵쿵 구르며 별빛 아래 삶을 위한 춤을 추는 이 노인은 언제든 자신이 있는 곳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조르바의 말을 빌리면 그에 비해 ‘나’는 ‘먹물’이다. 현실에 갇혀 떠나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 대부분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조르바의 인생철학이 비범하게 느껴진다. 영화든 책이든 심지어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참 매력 있다. 특히 속세와 이성의 끈을 단단히 잡고 놓지 못하는 주인공은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조르바의 매력에 푹 빠진다. 이 책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걷던 두 남자가 인생의 한 변곡점에서 만나 잠시 함께하는 시간들을 그린다. 그리고 그 만남과 이별에 진한 감동이 있다.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을 대변할 만큼 내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많다. 아예 다른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는 만큼 드문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꽤나 다른 사람과 인생의 한 시점을 함께 하고 추억을 쌓는 것은 여러모로 진귀한 경험이 되었다. 이쯤 되면 할아버지 조르바와 청년 주인공이 함께 다니는 모습이 더욱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덕분에 이 책을 특별하게 해 주는 요소가 된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묘사력에 나는 자주 감탄했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의 남다른 어휘 선택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고 생동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쏟아지는 별 밑에서 크레타 전통 춤을 느린 파도 소리에 맞춰 추듯,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변가에서 그들의 오두막에 함께 있었다. 그들과 함께 시큼 달짝한 포도주를 마셨고 조르바의 모험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 수십 번의 봄을 맞이 했을 이 노인은 어느 해 봄이 찾아온 풍경을 보고 이렇게 찬미한다.

“난 정말로 이런 건 처음 봅니다. 대장, 저 멀리 푸른색으로 넘실거리는 건 또 무슨 기적입니까? 저걸 뭐라고들 하죠? 바다? 바다라고 하나요? 그리고 꽃 장식을 한 초록빛 제복을 입고 있는 이건 뭐라고 하죠? 땅이라고 하나요? 어떤 장난꾸러기가 이런 장난을 친 겁니까? 대장, 맹세컨대 난 이런 건 처음 봐요”
그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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