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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Oct 09. 2019

게임의 여왕 - 시드니 셀던

No.5

 우리 엄마는 가끔 본인이 처녀 적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언급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시드니 셀던의 작품이다.


 시드니 셀던의 책을 시도한 건 몇 해 전이었는데, 이 책은 아니고 다른 책이었다. 그리고 나는 완독 하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게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초입에서 판단하는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당시에 난 이 작가의 작품을 즐기는 행운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10월의 짧은 휴일에 나는 도서관 책장을 뒤적이다 이 책을 발견했고, 빌렸고, 첫 장을 넘긴 지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저녁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꽤 두꺼운 볼륨에 빡빡하게 글씨가 채워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만에 책에 빠져들어 읽었다.


 장편 소설 특유의 긴 서사를 자랑하는 이 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처음과 끝이 만나는 액자식 구성 덕분에 마지막 장을 덮고도 여운이 깊었다. 나는 부랴부랴 다시 첫 장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사건들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찾아냈고 거기에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하여 부를 축적하던 때에서 시작된다. 1800년대 처음 아프리카에 발을 들인 네덜란드 인은 남아공에 터를 잡고 보어인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거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거주하던 지역에 다이아몬드와 금광이 발견되며 영국과 충돌한다. (클래식한 영국 같으니!) 전쟁으로 이어진 이 갈등은 영국의 승리로 끝나고, 그들이 남아공을 점령하는 계기가 된다. 축복받은 검은 땅 아프리카에서 원주민으로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축복스럽지 않다.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노랗게 곪아 빨갛게 터져버린 그 시절, 다이아몬드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 속에 제프리가 있다. 이야기는 그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너무 재미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10년 단위로 새로이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과 성격도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 원하는 것은 얻고야 마는 마성의 주인공들, 치밀하게 진행되는 인물 간의 이해관계, 마치 한 3권을 읽은 듯한 분량의 사건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침을 삼키고 숨을 크게 쉬어야 했다. 너무 빨리 빠져들어 읽은 나머지 숨마저 가빴기 때문이다.


 작가는 철저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전적인 추리 소설의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오히려 모던함을 느꼈다. 마치 레트로를 접한 우리 세대 친구들이 그것을 뉴트로라 칭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규모 있는 스토리에 비해 시시한 결말 때문에 실망하곤 했던 여타 추리 소설과는 비교도 안되게 완성도 있는(이라고 쓰고 ‘내 맘에 쏙 드는’이라고 읽는다) 결말을 선사한다. 일상에 지쳤거나 열정을 잃었거나 몰입감 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것이다!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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