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잠깐만,
나 아직 준비가 안됐어
봄이랑 이제 막 만났단 말이야
파릇한 새순 냄새에 기분이 살랑하고
알록한 색깔들이 꽃모양으로 향기를 흩뿌리고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등이 켜지고
나는 여느때와 같이 그 길을 지나다니며
너를 생각하곤 했지만
나 아직 준비가 안됐어
오늘은 하루종일 공기가 무겁고
비릿한 비냄새가 풍기더라
어디에서 불어온 바람인지
너의 향기가 훅하고 불어왔어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겨우내 너를 생각하곤 했지만
나 아직 준비가 안됐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옷차림은 종잡을 수 없고
조금있으면 일년의 반이 지났다며
내 마음은 조급해지겠지
난 항상 변덕스럽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가로수의 그림자가 조금씩 커지는것 만큼
어렴풋이 나에게 다가와 주겠니
20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