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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Jun 21. 2020

요가 꿈나무입니다.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꼈던 2018년 2월의 어느 날이다.


새로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몸을 움직여 하는 거라곤 자전거 타기 밖에 없었는데, 이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터라 추운 날씨에 한동안 잘 안탔다. 겨우내 찐 살들이 옷으로 감춰지지 않는 듯하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새롭게 운동을 등록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를 지금은 2년 넘게 하고 있다.


요가를 오래 했다고 하면 따라오는 이미지들이 있다. 잔근육으로 둘러싸인 가늘고 탄탄한 몸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추구할 것 같은 식성. 고난이도 요가 동작을 척척 해내는 유연함 등이다. 이쯤에서 역접의 문장을 써야겠다. 원래도 살집 많은 몸에 잔근육까지 더해져 통통하고 튼튼한 몸이 되었고, 고기는 여전히 없어서 못 먹고, 물구나무서는 건 아직도 무서워서 못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지언정 스스로 느끼는 변화의 물결은 잔잔하게 찾아왔다. 그것은 즐거움이다.

 

취미는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인정을 받을 필요도, 성과를 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렇기에 자주 찾게 되고, 그래서 자주 즐겁다. 우리가 취미를 개발하고 즐길 필요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요가를 하면서 얻은 몇 가지 즐거운 경험에 대해서 나누어 보려고 한다.



1. 잔두통이 사라지다.

나는 생리 전에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편이었다. 특별한 병 같지는 않고 가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게 꼭 생리 주기와 비슷해서 그냥 생리통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진통제로 처방해왔다.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 지금은 이 두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열을 내고 순환을 돕는 자세들이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모양이다.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 이 두통과 작별했다는 것은 내가 가장 먼저 손에 꼽는 좋은 변화다.


2. 명상의 매력을 알다.

명상은 요가의 일부다. 처음 명상을 할 때에는 숨쉬기에만 집중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생각을 비워내는 연습을 했다. 일이 바쁘고 치열할수록 그리고 감정이 요동칠수록 명상하는 시간은 빛을 발했다. 어느 날 과한 감정이 소나기처럼 나를 찾아올 때 명상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처마 같은 역할을 해 주었고, 나는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곰돌이 푸가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말했듯이, 힘든 일도 자주 찾아오기 마련이다. 희(喜)와 비(悲)는 지구가 태양을 돌듯이 주기적으로 나를 감도는 감정인데 이 정도가 -100에서 100을 널뛰더라도 명상 하는 시간만큼은 0에 머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은 감정을 다스리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3. 일상 속 성취감을 얻다.

아직 못하는 요가 동작들이 많다. 어떤 동작은 유연함이 부족해서, 또 어떤 것은 힘이 부족해서 하지 못한다. 그런데 꾸준하게 힘을 키우고 유연성을 기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동작의 초입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동작이 몸의 어느 부분을 자극하기 위한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성취감을 느낀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한테 받는 칭찬이자 성취감이다. 요가를 자주 하면 그만큼 자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매력이 충분하다.


4. 다채로운 경험을 하다.

일상은 물론이거니와, 여행을 가더라도 즐길 거리가 그만큼 더 늘어난다. 여행을 계획할 때 좋은 수련 장소나 수업이 있다면 관심이 간다. 색다른 계획을 짜기에도 좋고 여행도 좀 더 다채로워진다. 지금같이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에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는데 제약이 많다. 이럴 땐 집에서라도 기분 좋아지는 향초를 켜고 무드등으로 분위기를 내어 나만의 수련 공간을 꾸며 보는 것도 좋다. 이것도 일상에 재미를 줄 수 있는 경험이자 놀이가 된다.


나의 소소한 취미는 서서히 내 일상에 스며들더니 이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일상이 무료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고 시작한 운동이 이젠 내 일상으로 자리 잡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모두 취미를 찾으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에 취미를 붙여보라고 잔소리하며 다닌다. 사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취미는 정말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들. 요갸를 해 봅시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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