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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Jul 11. 2021

퇴사 후 1년,

기록으로 남겨보는 짧은 후기

작년 이맘때 나는 퇴사를 했다.

코로나로 인한 구조조정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넉넉한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고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 기간을 어떻게 보냈냐 하면은,


가장 먼저 운전면허를 땄다.

차를 살 예정이었던 건 아니지만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 안 딸 이유가 없었다. 이 시기에 나는 도로에 깔려있는 수많은 차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멋진 차를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여행을 좀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지는 한정적이었지만 가까운 곳으로 바람을 쐬고 오는 것만으로도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오후에 서울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맛있는 것도 먹고, 멍도 때리고, 책도 실컷 읽었다.


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선생님 없이 혼자 공부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공부 시작에 앞서 학원을 등록했고, 중국어 공부를 재개했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닌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재미난 일이다. 대학생 때 짧게 유학했던 자신감으로 상급반을 등록했지만 내 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주지 못했다. 난 다시 중급반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공부했다.


이렇게 난 나와 거리를 좁히고 조용한 일상을 즐겼다. 그러자 회사 다니며 갈라졌던 마음이 천천히 회복됐다.


지금은 이직을 해서 새로운 직장을 다니는 중이다.

다시 또 짠내 나고 서럽고 한편으로 뿌듯한 일상이 시작됐다. 첫 번째 회사와 꽤 차이나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다. 멋있게 꾸며진 사무실과 화려한 대표 뒤에서 손발을 맞추는 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반년이 지났다. 가장 다행인 건 직무 전환을 해냈다는 것이다. 난 이걸 큰 수확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 종종 등장했던 질문이 기억이 난다. 그것은 바로 "입사 뒤 10년 후 내 모습을 그리시오"였다. 당시의 난 패기 넘치게 그 회사에서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하며 해당 질문의 답을 꾸려냈다. 한 직장에서 10년을 넘게 다니는 건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아빠도 그랬고 보통 어른은 다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번의 이직을 경험하고 나니, 한 조직에서 10년을 넘게 몸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한 조직과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춘 건 분명 멋진 커리어의 한 형태이지만 말 그대로 형태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오랫동안 "일"을 함에 있다.


물론 조직 속에서 어느 정도 견디는 힘은 살면서 없어선 안될 퇴비가 된다. 그러나 나는 첫 퇴사와 이직을 통해 조직에 대한 불만을 무조건 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사는 언제나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선택지를 좋은 타이밍에 꺼내기만 하면 된다.


2021.07.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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