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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셀로나 Oct 31. 2020

별이 쏟아지는 그곳의 밤

사막에서 구글맵?



Sahara Desert, Morocco

여섯 번째 날 ▷ Merzuga, Sahara Desert






사막의 밤

죽지 않을 만큼 추웠던


사막에서의 밤은 길었다. 11월의 사막의 밤은 아주 춥다. 히트텍에 겨울 운동복 그리고 패딩까지 입고 핫팩도 몇 개 붙이고 잤지만 사막의 추위를 이겨 내기엔 부족했다. 실은 투어에서 제공하는 담요가 겹겹이 침대에 깔려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혹시 모를 베드 버그 같은 걱정을 하며 그냥 잤던 게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결국은 새벽에 깨서 담요를 있는 대로 다 덮고서야 잠이 들었다.


긴 밤이 지나고 사막의 아침이 밝았다. 사막의 일정은 오늘도 바쁘게 시작된다. 새벽 일찍 가이드들이 우리를 깨운다. 추위에 떨다 겨우 잠든 우린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오늘의 첫 일정은 일출 보기이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낙타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나눴다. 낙타야 너희들도 졸리지? 낙타를 타고 일출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사막 모래의 언덕을 하나 올라가 정상에서 내려 준다. 이곳에서 우리 모두는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해가 뜨길 기다렸다. 다들 밤잠을 설쳤는지 행색이 말이 아니다. 그 모습이 뭔가 같은 힘듦을 나눈 동지들 같아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슬슬 몸이 녹는 게 느껴지는 순간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 귀한 순간 놓칠 수 없어 손이 눈이 분주하다. 그리고 마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에게 소망을 간절히 빌었다.   






 

사막에서 구글 맵?

이정표 하나 없는 사막에서 걷는 법


식사를 하고 나면 일박만 하는 팀은 다시 알리네 숙소로, 이박을 하는 팀은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된다. 친구와 난 이박을 신청했기 때문에 가이드가 이끄는 곳으로 다음 여정을 시작했다. 꽤 먼 거리를 걸어간다. 이젠 허리도 아프고 궁둥이도 아프다. 광활한 사막. 이정표 하나 없는 이곳. 바람도 많이 불어 늘 변하고 있을 것 같이 보이는 지형. 가이드는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인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간다. 우리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이 광활한 사막이 본인들의 눈에는 다름이 보인다고 했다. 걸으면서 핸드폰을 계속 보던데 혹시 구글맵 보고 가나? 하하. 아참, 모든 지역은 아니지만 사막에서도 인터넷이 된다. 이후에 사막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사막을 걷는 방법은 나침반이라고 한다. 수시로 변하는 지형과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는 방향으로 목적지를 찾는 것이다. 가이드가 계속 들여다보았던 핸드폰은 구글맵이 아닌 나침반이었나 보다.





사막에서 꿀 낮잠 시간

낯가림 어디 갔나?


낙타들을 점심 식사하기 좋은 건초들이 있는 쪽에 풀어 줬다. 걸어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베이스캠프가 나온다. 이 캠프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알제리가 나온다고 한다. 알제리라는 이름에 또 한 번 새삼 놀랍다. 진짜 우리가 아프리카에 있구나. 베이스캠프에는 쉴 수 있는 오두막과 가이드들이 점심을 준비하는 간이 주방이 있다. 여기에서는 자유 시간이다. 모래 보드를 탈 수 있는 곳을 안내받아 잠시 놀다가 오두 막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잠시 후 알리네에서 출발해서 온 새로운 멤버들이 식사시간에 맞추어 합류한다. 어제의 사막을 궁금해하는 신 멤버에게 하루 일찍 사막에 왔다고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사막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은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밥을 먹고 다들 바닥에 철퍼덕 누워 쓰러져 잠을 잤다. 지난밤 추위에 잠을 설쳤더니 뜨거운 태양 아래 오두막이 꿀잠 자기 최고 장소가 되어 주었다. 잠시 후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다시 이동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낙타들은 걷고 다시 걷는다. 전통의상 젤라바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잘 막아주고 스카프는 뜨거운 태양을 잘 막아 준다. 그리고 선글라스는 여기에서 필수품이니 잘 챙겨 오길 바란다.






사막에 내가 아는 곳


사막에서도 아는 곳이 생겼다. 어제 한번 온 곳이니 아는 곳이 되었다. 여기는 바로 그 알리네 포토 스폿이다. 스파르타 포토 그래퍼 사이드는 여전히 목청을 높이면 열일 중이다. 이 스폿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온 팀을 알아볼 수 있는 반복되는 룰이 있다.


멀찍이 모래에 누워 있는 팀 : 어제 투어 시작한 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지만 어딘가 살짝 지친 얼굴 : 오전 투어 시작 팀.

설렘에 가득 차 에너지도 넘치는 팀 : 지금 막 투어 시작한 팀.


이 루틴은 아주 신기하게도 그대로 반복된다. 어제 하루 일찍 투어를 시작했던 선배팀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내 모습이 되었다.


사이드의 인생 샷은 새로운 신참 멤버들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이곳의 일몰을 더 즐기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오늘이 마지막 사막 일몰이다. 우리의 버킷리스트였던 사하라 사막의 일정도 어느새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사하라 사막에 오길 참 잘했다.


사라랑 아이샤(가이드 모하가 지어  나와 친구의 모로코 이름) 함께여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떨어져 외국에 살고 있지만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을 잃지 않게 해주는 친구에게  감사하다. 서로 의지해가며 힘들 수도 있었던 일정을  소화해  우리가 기특하다. 노을은 사람을 감성적이게 만든다.





미쳤다 하늘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늘은 형형색색이 파티 중이다. 이렇게 예뻐도 되나. 미쳤다 하늘!






사막의 별, 널 보러 여기에 왔어


사막의 별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것만 봐도 다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얻어 가게 되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의 여행의 새로운 시각을 심어 준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과의 벽을 허무는 법도 배웠다. 물론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사막이라는 곳이 만들어 준 것들이다. 나는 변하지 않았고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전히 낯가리고 호기심 많은 겁쟁이다. 하지만 또 다른 내 모습을 잠시 발견할 수 있었고 무사히 잘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긴 시간이었다. 평생 기억할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게 참 기쁘다. 혹시나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사막 여행을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일단 용기 내 가보시라고 추천한다.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공간의 느낌.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우린 이 많은 별들을 잘 담아낼 좋은 카메라가 없었다. 아래 사진들은 어렵게 겨우 건진 추억의 사진들이다.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어떤 사진들보다 더 소중하다. 그리고 마음으로 눈으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마지막 사막에서의 밤은 이렇게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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