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전통 목욕탕 하맘 체험
Marrakech, Morocco
일곱 번째 날 ▷ Marrakech, Morocco
뚜벅뚜벅 현실 세계로 걸어간다
사막에서 2박을 한 다음날 나와 친구는 새벽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한다. 메르주가에서 마라케시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한대, 아침 시간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일찍 사막에서 나왔다. 아직 깜깜한 사막 새벽. 가이드의 핸드폰 조명 불빛에 의지해 길을 걸었다. 고요한 사막이 더 고요한 새벽시간. 동물도 사람도 모두 잠든 그 시간. 조용히 나온 우리 둘과 가이드 그리고 우리를 데려다 주기 위해 하루를 일찍 시작한 낙타만이 세상에 깨어 있는 기분이다. 꿈속 같았던 사막에서의 시간 뚜벅뚜벅 낙타의 속도에 맞추어 현실 세계로 걸어간다.
잊지 않을게
알리네 숙소로 돌아와 2박 3일간 못한 샤워를 빠르게 하고 아침 식사도 준비해 주셔서 먹었다. 그리고 서둘러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알리네 직원들이 터미널까지 배웅을 해주시고 선물로 사하라 모래가 담긴 기념품도 주셨다. 눈물 감동. 따뜻한 시간들과 좋은 마무리다. 잊지 않을게. 우리는 다시 멀미약 효능에 의지한 채 12시간의 버스행을 반복했다. 사막에서의 피곤함과 무사히 잘 마친 안도감. 우린 마라케시까지 거의 기절한 채 이동했다.
이 익숙함은 뭐지?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도시에 오니 도시 문물이 먹고 싶었다. kfc 할배네 치킨과 버거를 사서 손에 꼭 쥐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엘 프낙 광장 근처다. 조금 더 입구 쪽에 위치해서 찾기 어렵지 않았다. 한번 와본 도시에 다시 돌아오니 금세 집에 온 것 같은 익숙함이 있다. 이번 숙소도 모로코 전통 가옥 리아드이다. 지난번 숙소보다는 조금 모던한 스타일에 현대식이 살짝 믹스된 느낌의 숙소였다.
새로운 아침이다. 그리고 오늘은 친구의 생일이다. 마침 아침 식사 테이블에 장미꽃이 놓여있다. 내가 준비한 듯 장미꽃을 내밀며 해피 벌쓰 데이 내 친구. 혹시나 낯선 여행지에서 생일 축하를 제대로 못하고 넘어갈까 봐 여행 전 바르셀로나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해주고 왔다. 그래서 맘이 한결 편안한(?) 생일 아침이다. 마라케시에서 마지막 날 특별한 생일 행복하게 보내자.
모로코 전통 목욕탕 하맘
오늘 첫 일정은 모로코 전통 목욕인 하맘 체험이다. 중동지역의 이슬람교는 목욕을 중요시 여긴다. 목욕탕은 알라신을 뵙기 전 몸을 씻는 곳으로 여겨져 하맘이 발달하였다. 미리 예약을 해둔 곳으로 시간을 맞추어 갔다. 돌아온 마라케시는 이제 마치 우리 동네를 걸어 다니듯 편안하다. 혼돈의 마라케시 아니었었나? 룰루랄라 주변 구경도 하면서 여유롭게 스파를 하러 갔다. 식사 중인 당나귀도 만났다. 안녕?
하맘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가격도 컨디션도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다. 우리의 여행 마지막 날 편안한 휴식을 선물로 줄 겸 전통 하맘과 현대식 스파가 접목된 괜찮은 곳으로 예약을 했다. 문화 체험은 좋아하지만 너무 하드 한 건 자신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입구부터 깔끔한 느낌을 풍긴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쁜 모로코 타일 장식과 카펫, 소품 장식들이 멋진 모로코풍 인테리어 건물이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직원분의 안내로 자리를 옮겼다. 릴랙스 한 분위기의 모로코 전통 카페 느낌의 공간이다. 민트 티를 마시며 대기를 했다. 잠시 후 몇 가지 향이 들어 있는 오일을 가지고 오신다. 시향 후 원하는 취향을 선택한다. 이 향은 본인의 비누 그리고 마사지 오일에 사용될 제품이 된다.
다시 직원분의 안내로 2층으로 이동을 한다. 내부는 미로형이라 안내가 없으면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2층에 있는 탈의실로 안내받고 갈아입을 가운과 몇 가지 소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전달받았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파우치 안에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일회용 부직포 재질로 만들어진 얇은 슬리퍼와 이태리타월 같은 때밀이 수건, 그리고 어디가 앞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건 무엇인고.. 앗 이거슨.... 혹시 부직포 T팬티.....? 이슬람 문화는 목욕할 때도 하체를 가리면서 한다고 한다. 알겠어... 그런데 이거.... 안 입는 거보다 더 민망하...... 너무 허술하게 고무줄과 약간의 부직포로 되어 있...... (더 자세히 막 쓰고 싶은데.. 가려 쓰려니 더 어렵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걸..) 여하튼... 우린 입어야만 했고 입었다........... 아 친구야.. 우린 같은 배를 탔어..
가운을 급하게 걸치고 안내받은 곳으로 이동했다. 프라이빗 코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우리 둘만 이용할 수 있는 스파였다. 사진은 찍은 게 없어서 홈페이지에서 몇 장 가져와 봤다. 대리석 침대가 2개 있는 습식 사우나 룸이다. 사우나 침대에 누워있으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그 부직포 T....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았음에도 계속 웃음이 터진다. 눈을 감고 누워 피로를 푸는 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잠시 후 2명의 세신사 분이 오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과 아주 비슷한 때밀이 문화가 있다. 사막에서 케케묵은 나의 때들아 모두 떨어져라. 자꾸 터지는 웃음 때문에 세신사분들도 웃고 그냥 다 웃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내려놓음의 시간을 공유하고 한결 끈끈해진 느낌으로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받는 시간이다. 왕복 24시간 버스행과 사막에서 낙타 타고 추운 곳에서 잠을 잤던 모든 피로들이 녹는 것 같았다. 사막 후 하맘 일정 무조건 강추한다! 내려놓음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