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와 법 @ 황혜진 변호사 _ 법무법인 디라이트
게임 분야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종종 유저와 게임사의 소송을 보게 된다. 유저의 청구 내용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청구는 아무래도 회사가 유저에게 한 계정이용중지조치를 해제해달라는 청구일 것이다.
유저들이 직접 작성한 소장을 읽어 보면, 세상에 이렇게 파렴치한 회사가 없다.
‘회사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정직하게 게임을 이용한 나에게 이용중지조치를 취하였다’
‘회사는 내가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는데, 그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같은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바로 갑질’
이라는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보통 민사소송에서는 상대가 서면을 낸 날로부터 일주일 내지 한 달 후에 반박서면을 내곤 하는데, 유저들은 대부분 게임사가 답변서를 제출한 당일 늦어도 그 다음날 바로 반박서면을 제출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이 분은 이 생각 밖에 안하시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 마련이지만, 같은 게이머로서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 게임캐릭터가 또 다른 자아나 자식 같이 느껴지는 날들이 오기 마련하고, 어쩌다가 게임사가 아이템 하향 패치라도 하는 날이면 그렇게 섭섭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서면으로 그렇게 회사를 욕하는 유저들이,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민사소송의 내용은 원고가 다시는 피고와 일을 못하겠으니 대금을 반환하든지,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내용의 이별통보와 사후정산의 요구이다. 그렇지만 유저들은 ‘부족한 너이지만, 그래도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럴 때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 게임을 사랑해줄 분들이 바로 이 유저분들이 아닌가 싶다.
비록 소송은 유저와 게임사가 서로 대립하는 구도를 띠게 되지만, 하나의 좋은 게임을 키워 가기 위해서는 유저와 게임사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얘기지만, 유저 없는 게임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저들로부터 소장이라는 러브레터를 받는 게임사들이 더 힘내서 멋지고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해 주길 기대한다.
(전자신문 | ETNEWS 2017.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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