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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Feb 09. 2023

님아! 그 집을 비켜가오!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6




Abbiamo scelto questo immobile delle Aste

Cortesemente puo scegliere un altro

Per favore

(우리는 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집을 선택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경매로 집을 산다는 것은 확률싸움이었다.

아무도 없으면 다소 저렴한 가격에 내 몫이 되지만 단 하나의 경쟁자가 생기게 되면 포기 또는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미 앞의 한 번의 실패로 그 것을 경험했고, 우리는 우리 집이 간절했지만 조금 저렴하게 집을 구입하여 재판매 목적이던 부동산 업자는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경매가 끝나고 나오던 길 부동산의 그는 우리에게 꿀팁아닌 꿀팁을 알려주었는데, 미리 의논하여 중복되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 법원은 어찌됐든 단 한사람의 낙찰자만 생기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각기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되는 것이고 나쁠 것 없지 않은가


직전 경매가 끝난 후 8개월이 지났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재공지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8개월만에 공지가 떴다. 무려 45일 후

결국 10개월을 기다린 셈이다.


새로운 목표물을 향해 여러번 드나들다 보니 이 집 또한 경쟁이 제법 치열할 듯 분명 문을 닫고 나왔는데 어느날 가보면 문이 활짝 열려있다.

(집을 짓는 공사 도중 부도가 난 상태라 항상 오픈되어 있는 형식이다)

공사 중도에 부도가 났기에 그 현장 그대로 멈춰있는데 이번 목표물은 다행히 절반이상은 완료된 상황에 한창 공사하던 부자재 (타일이나 외부 펜스 등) 또한 그대로 남아있어 낙찰받으면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부자재가 하나씩 사라졌다.

제법 큰 빌라 단지 자체가 부도가 났고 이미 몇번의 경매로 인해 채워지고 있던 상황, 코로나도 직면했었고 자재값도 많이 올라 공사가 중단인 집들 또한 있었기에 여전히 비어있는 집 위주로 자재를 일명 훔쳐가는 행위또한 백번 양보할 수 있다 생각했다.

어쨋든 현재는 집 주인이 없는 것이니..

그런데 이미 설치완료 되어있는 이중 샷시를 떼어가는 문제는 좀 달랐다.

이번 목표물은 거실과 복층 그리고 화장실 이중샷시가 완료되어있었다. 그 중 복층 샷시를 이미 뜯어는 냈고 아직 가져는 가지 못한 상황을 목격했다. 분명 곧 사라질텐데,,

만일 우리가 이 집을 낙찰받게 된다면.. 이중 샷시가 있었는데 없는 셈이 된다.

야외 펜스와 더불어 대략 500만원어치의 손해이다.

그럼에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

아직 낙찰은 전이고 해당 물건은 무소유의 오픈 공간으로 존재할 뿐


도둑님은 둘째치고 그래 500만원 손해보겠다 이거야

경쟁자만 없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의미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짧은 편지를 써본다


더이상의 실패는 없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곱씹고 있다.


P.S. 경매일 12일이 남았던 시점, 짧은 편지는 산산이 찢어졌고, 경매가 이틀 남은 시점.. 이중샷시 역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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