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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오늘도 잠투정 상황 종료

이탈리아에서 독박 육아

by 로마언니


독박 육아, 서슬 퍼렇던 그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졌고, 혼자서 애 둘(26개월과 3개월) 보는 것쯤 아무렇지 않아 졌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잠투정


남의 집 애들은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고 기어가다가도 심지어 잠을 잔다는데, 낮잠이고 밤잠이고 단 한순간도 쉬이 잠들지 않던 첫째가 너무나 힘이 들어 제발 둘째만큼은 잠만 쉽게 잤으면 했거늘

두 녀석이 어쩜 이리도 잠이 없고 잠을 힘들게 자는지 까닭 모를 일이다.


육아는, 특히나 독박 육아는 더더욱 장비빨이라며 ‘포대기’를 선물 받았다.

아기띠도 아니고 심지어 포대기였다.

아직도 이런 걸 파는 곳이 있더냐며 시원스레 웃었다. 아기띠가 그렇게 편하다는데 필수라는데, 이상스레 아기띠가 나는 싫더라,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으면서도 줄곧 첫째를 안아재웠고 늘 양팔로 안아줬다. 그 필수가 적어도 내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런데 포대기라니, 신선한 웃음거리로 끝날 줄 알았던 육아 템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장비 빨을 제대로 올리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두 아이의 낮잠 시간과 밤잠 시간은 비슷하다.

보통 둘째 녀석을 먼저 재우고 첫째를 재우지만 유달리 둘째가 늦게 자려하고 첫째가 일찍 자려할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그야말로 전쟁 시작

어느 한 녀석 지지 않고 누가누가 더 크게 우나 시합이라도 하듯 자지러지며 울어댄다.

이 녀석 먼저 달랠 수도 저 녀석 먼저 달랠 수도 없는 상황이 올 때면 포대기의 장비 빨은 지금부터다.


첫째를 포대기로 업고 둘째는 양팔로 안아 같이 흔들어준다. 물론 내 허리와 양팔은 아작이 난다.

그렇지만 가장 빠르고 그나마 둘을 한 번에 재울 수 있는 특효인 셈이다.


오늘도 잠투정 상황 종료.


새근새근 아이들의 숨소리가 가득한 방에 겨우 등 붙이고 누우니 밖엔 비가 내리나 보다

이런 날은 맥주도 와인도 아닌 소주나 위스키 같은 조금은 강렬함이 필요한 밤이건만 곧 다가올 수유시간 앞에 마냥 아쉬워만 하며 깡 생수만을 들이키는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친 이 밤


창을 조금 열어 빗소리를 듣다가, 아차차, 두 녀석 감기라도 들까 봐 후다닥 창을 닫았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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