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이유식 하기
한 번만 더 먹자,
안 먹으면 엄마 이놈! 한다.
마지막이야, 진짜
협박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고 배고프면 먹겠지하며 방치도 해봤던,
매일을 전쟁처럼 이럴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
3개월이 조금 넘었을 때부터 아이는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면 알러지 유발의 원인이 된다고도 하고, 모유수유 아이의 경우 평균 6개월 시점부터 이유식을 한다고도 하는데 초보엄마는 그저 애가 타서 뭐라도 먹여야하나 싶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내가 밥을 먹을 때 쩝쩝 입 모양을 따라하는 아이를 앞에두고 음식을 먹는다는 게 마치 죄 짓는 듯 불편해서 굶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6개월, 생후 180일이 되면 무엇이든 아주 맛있게 잘 먹어 줄 줄 알았다.
이렇게 뒷통수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유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민도 많이 했다.
현지 방식대로 이탈리아 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뼛속까지 한국인 밥심인 한국 식으로 진행할텐가?
시기상 적절하게 이유식 시작쯤엔 한국 휴가도 있다.
고로 어느 방식을 선택해도 큰 부담은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공유하고자해도 이유식의 '이' 도 관심이 없는 아빠는 아무런 도움이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탈리아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간편성과 더불어 이방인 기준 우리에게는 꽤 신선했다.
이유식을, 아니 세상에 대한 첫 음식에 도전하는 이제 갓 6개월의 아이에게 올리브오일과 파르미자노 치즈라니 말이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모유수유 아기는 최대 6개월 후엔 이유식을 시작해야한다.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모유에 철분양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육류 이유식을 통하여 부족한 철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라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생후 12개월까지는 육류를 생으로 (흔히 마트 또는 정육점에서 판매되는) 접하는 것보다 작은 유리병에 담아 판매되는 동결건조 고기가루 사용을 권장했다.
동결건조 고기가루 종류도 꽤 다양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소, 닭, 양은 기본이고 토끼와 칠면조, 타조도 있다.
생선 또한 마찬가지로 연어, 대구, 다양한 종류의 돔 류까지
초기 이유식 만드는 방법은 꽤 간단했다.
쌀가루와 야채육수, 동결건조 고기가루를 넣고 올리브 오일과 파르미자노 치즈를 더해 섞으면 끝이다.
뭔가 다지고 끓이고의 단계가 생략된 듯,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나면 육고기 대신 생선도 추가해서 먹여주고, 쌀가루 대신 옥수수, 타피오카 가루나 곡물을 여러가지로 바꿔 줄 수도 있다.
야채육수에 야채퓨레도 추가하고 고기육수로 변경도 가능하고 한국이든 이탈리아든 처음 접하는 음식이라는 것에 대해 큰 다양성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올리브 오일과 치즈는 조금은 산뜻하다.
중기로 넘어가면 파스타의 나라답게 아이 전용 파스타도 먹게된다.
잘게 자른 파스타를 육수에 푹 끓인 음식으로 출산 후 산모식사로도 제공된 적이 있었는데, 꽤나 맛이 훌륭했던 기억이있다.
아이용 파스타와 라자냐가 존재하는 곳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스타일로 처음 식사를 배우고 한동안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겠지만, 한국인 부모안에서 자란 아이가 훗날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서 어떤 나라에 더 큰 흥미를 가지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잘 먹어야 잘 크지
오늘은 제발 잘 좀 먹어보자구나
부탁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