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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Oct 17. 2020

본캐는 일자리를 잃은 백수, 부캐는 재택이  불가하다

이탈리아 코로나 확진자 만명이 넘었다.


남편의 ‘본캐’ 는 분명 ‘로마투어가이드’ 였고 ‘로마우버’는 ‘부캐’ 였다.

이 시대의 역병 망할 코로나 백수가 되기 전엔 말이다.


로마에는 NCC라고 하는 관광객 전용 택시 가 있고 로마의 유일한 한국인, 로마 최초의 한국인 기사는 다름아닌 나의 자랑 나의 남편이다.

이탈리아 우버 역시 NCC라이센스 차량에 한해서만 영업이 가능하기에 로마에서 우버를 할 수 있는 자격 또한 나의 남편 뿐인셈이다.


로마 최초의 한국인 우버기사!

분명 자랑스럽고 어깨가 으쓱하지만 분명한건 우리의 본캐는 우버가 아니었단거다


로마에서 투어 가이드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이 곳 로마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치만 우리 가정처럼 이탈리아 유학생 신분도 아니었고 시집 장가를 와서 정착한 것도 (물론 나는 이 부분에 해당하지만 남편은 아니다) 아니었고 유년시절을 이 곳에서 보낸 것도 아닌 남편은 정말로 이 곳 이탈리아에 ‘일’을 하러 온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뚜렷했기에 다소 짧은 이민자의 시간안에서도 반듯하게 이 곳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추우나 더우나 비가오나 (로마 특성은 눈은 잘 안오니..) 그는 매사에 참 열심히 살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행운의 힘도 그는 믿지 않았고 오로지 본인 힘, 본인 발품으로 얻는 것만이 진짜라고 믿는 조금은 고집스럽지만 어쩌면 그것이 정답인 참으로 FM인 사람이며 꽤 긍정적인 사람이다.


가장으로의 무게가 버거울만도 하지만 단 한 번 투정을 하지 않은 사람


40도가 웃도는 로마의 여름날에 투어하기 너무 힘들지 않냐며 물어도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는 그런 사람인데 그런 그가 반년이 넘도록 투어를 못한다.


평년에 비할바는 전혀 못되지만 로마우버로 그나마 경제활동을 해왔고 우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입국은 허용되지만 여전히 자가격리와 직항 비행기가 없는 이 곳 이탈리아에 한국 관광객의 발길은 여전히 뚝 끊겨버렸고 유럽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나니 그나마 울리던 우버 콜도 뚝 끊겨버렸다.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나면 2차 락다운이 있을거다’ 지레 짐작만 하던 일은 그야말로 현실이 되어버렸고 이탈리아 일일 확진자 수는 5000명, 5700, 8800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더니 오늘은 만명!

만명을 웃돌게 넘어버렸다.


지난3월에 시행했던 락다운이 얼마나 경기침체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경험한 이탈리아 정부는 더이상의 락다운은 없을거다 공표했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서니 락다운인 듯 락다운은 아닌 조항들을 서둘러 내놓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통행금지를 당하게 되다니 말이다!!


현 이탈리아는 오후9시까지 Bar(카페) 영업이 가능하고 레스토랑은 자정까지만 가능하다.

밤 늦게 술 마시고 노는 것을 전면 금지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탈리아 겨울은 우기시즌이라 여느때보다 비가 잦긴 하지만 로마는 그렇게 비가 많은 편도 아니었건만 올해 로마는 비가 정말 잦고 한 번오면 겁이나게 쏟기 시작하는거다

지난주도 요번주도 지리하게 비가 끊임없이 왔고 다음주도 무려 비소식이 또 있다.


자정이 지나면서 영업은 금지되고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도시는 그야말로 암흑이 된다

그 속에서도 혹여나 우버를 필요로 하는 단 한명의 이용객이라도 있을까 좁은 차 안에서 남편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보지만 콜은 쉬이 울리질 않는다


확진자 만명이 넘고 많은 이들이 또다시 재택으로 일을 이어나가건만, 우리는 재택도 해당사항이 없다


망할 코로나로 인해 본캐는 일자리를 잃은 백수가 되었고, 부캐는 재택이 불가하다.


오늘도 부캐인 듯 이제는 인정해야만 하는 본캐!

‘로마우버’기사는 로마시내를 빙글빙글 배회하며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건만, 확진자 수 만명이 넘은 이 곳 이탈리아에서 혹은 유럽 혹은 그 이상의 나라 어드뫼에서 어디서 누가 어떤 상황으로 이용할 지 알 수조차 없는 불안함 가득 속에서도 한 집안의 가장은 별 방도없이 그렇게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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