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술을 크게 느끼기 시작한 저마다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20대 초반에 그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좋아하고 잘 알던 예술가가 아닌, 정말 예상치 못한 작업에서 전율을 느꼈다.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대형 작업이 그것이다. 나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고갱의 수많은 그림들을 큰 감정없이 지나가다가 이 그림 앞에서 선 순간 모든 감각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거대함이 느껴졌고 그림 안에서 어떠한 물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멍하니 그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간은 명확한 사고가 불가능했고 사실 그것이 기억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 순간을 정확하게 묘사하기가 어렵다. 후에 나는 이것이 예술에서 느낀 전율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몇 없던 순간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갱이 내 예술의 롤모델이 되었거나 인생의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 보편적인 예술가 중에 하나가 되었을 뿐이다. 그 당시의 그 감정은 정확히 뭐였을까? 어쩌면 그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일지도 모른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