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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내 Jan 22. 2021

16. 예술의 전율 2 (21.1.22)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직접 보고 싶은 그림들이 몇 있었다. 그중 가장 먼저 봐야겠다고 다짐한 작가는 클림트이다. 구스타브 클림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나 역시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는 그의 작품이 있는 미술관들을 찾아보았고 오스트리아 빈에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구스타브 클림트. 에곤 쉴레 미술관을 방문했다.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나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전의 고갱의 그림에서 느낀 그런 전율은 오지 않았다.


 무엇에 실망한 것일까? 오스트리아 빈까지 왔는데 뭔가 부족했다. 그저 너무나 기대를 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서 빈 스타일 티가 팍팍 나는 스타벅스에 억지로 들어갔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채워졌을까 싶을 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서둘러 다른 미술관을 알아보았다.





Blind Man, 구스타프 클림트, 1896



 내가 급하게 간 곳은 빈 미술사 박물관이었다. 루브르 미술관처럼 거대하고 뭔가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일단 들어가 보았다. 여러 그림들과 조각, 액세서리 등이 있었고, 나는 드디어 그곳에서 마주쳤다, 그의 그림을.

 압도적인 크기, 색채 그리고 묘사 등이 나를 사로잡아버렸다. 나는 순간, 아니 얼마나 지난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그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옆의 그림도, 그다음 공간의 그림도 그러한 전율이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돌고 돌아서 그림들을 관찰했다. 




......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꽤 오래 있었다. 왜냐하면 박물관이 닫을 때까지 계속 있었으니 적어도 3~4시간 이상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림을 본 기억은 없다. 루벤스 그림이 처음이었다. 루벤스라는 작가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워낙 미술사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작가이니 모를리는 없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그의 어마어마한 재능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태 비슷하다 생각했던 바로크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루벤스 그림의 스타일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빈 미술사 박물관 - 루벤스 전시, 2017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나는 루벤스 그림을 보기 위해 빈에 온 것 같았다. 그 순간 만큼은 이전에 본 클림트 (내가 엄청나게 존경하는)의 그림의 아우라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해질 무렵, 클림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루벤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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