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법률
반려견과 안락사
E01 반려견의 역사
E02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체계
E03 외국의 동물보호법 체계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
E02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체계
1. 유기견으로 인한 사고의 빈도
유기견으로 인한 119 신고 접수 건수는 2014년 1493건, 2015년 2220건, 2016년 4085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유기견의 출현 장소로는 도로, 주거시설, 공원, 상가의 순서입니다. 최근 3년간 유기견 관련 119 신고의 내용을 보면 단순 배회로 인한 신고가 2488건, 위협으로 인한 신고가 1516건입니다. 직접적인 사고 및 부상으로 인한 신고는 1056건, 직접 유기견에게 물렸다는 신고는 83건이었습니다.
사람도 온순한 사람이 있고 난폭한 사람이 있듯 개도 공격적인 개가 있고 온순한 개가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로 원래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인 경우입니다. 개들은 겁이 많을수록 많이 짖고 경계심이 많아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로는 어릴 때 이갈이를 하며 사람을 무는 경험을 했을 때 적절한 교육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셋째로는 학대를 당하는 등 트라우마가 있어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2. 개가 물면 왜 죽는가, 왜 다치는가
대표적인 것이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경우입니다.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리면 개의 타액 속에 있는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이 광견병 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광견병의 잠복기는 10일에서 1년까지 다양합니다. 보통은 4개월 정도의 잠복기를 가집니다.
파상풍으로 인해 다치거나 죽기도 합니다. 개에 물린 상처 부위에 파상풍균이 번식하여 독소가 신경 세포에 작용하여 근육경련이나 마비, 통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 파상풍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맞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보통 예방접종 유효기간이 10년 정도라고 하니, 예방접종을 한지 10년이 지났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개의 구강 내의 각종 세균으로 인해 감염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개의 세균은 피부나 근육에 감염되지만 심한 경우 관절이나 뼈에도 감염되고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물린 상처가 깊거나 혈관이 손상된 경우, 손이나 얼굴과 같이 뼈에 가까운 부위를 물리는 경우 감염이 쉽게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개가 무는 것은 베이는 상처 즉 절상이 아니라, 찔렸을 때의 상처 즉 자상이므로 세균이 더 깊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3. 최시원 사건 요약
최시원씨가 키웠던 개의 견종은 프렌츠불독입니다.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프랑스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800년대에 퍼그와 테리어의 교배로 생겨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어깨높이 30cm, 몸무게 10~13kg의 작은 개입니다. 체력이 좋고 성격이 활발하고 명랑합니다. 몸집은 작지만 영리하고 용감해서 경비견으로 훈련시키기도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된 사건은 9월 30일 집 대문의 열린 문틈에서 튀어나온 개가 엘리베이터에 서 있던 사람의 정강이를 문 사건입니다. 피해자와 견주는 안면 있는 이웃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병원에서 한차례 소독을 받고 귀가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상처가 깨끗하게 치료되었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귀가 후 별다른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3일이 지난 뒤 피해자는 몸살 기운이 있어 일을 하다 조퇴를 했습니다. 피해자는 다음 날 오전 8시쯤 몸이 더 나빠져 응급실에 갔고, 검사를 받는 도중 각혈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어 12시쯤 중환자실에 입실했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5시 무렵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은 급성패혈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패혈증이란 사람이 미생물에 감염되어 심각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하기도 하고 급격하게 내려가기도 합니다. 호흡이나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기도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개에 물린 것과 패혈증은 전혀 다른 질병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패혈증은 선행되는 감염증상이 있어야 하므로 완전히 별개로 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추후 형사 처벌이나 민사소송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형사처벌은 과실치사죄로 처벌한다는 것인데,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개가 물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수적입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부검을 안하고 장례를 마쳤기 때문에 결국 형사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민사소송도 제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민사소송은 당사자 합의가 있다면 애초부터 소를 제기할 수 없음. 서로 모종의 합의를 했다면 민사소송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론 동물보호법 위반이 문제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구청은 최시원씨 아버지에게 동물보호법을 어긴 것에 대해 과태로 5만원 부과했습니다. 그 내용은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법은 반려견과 외출을 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배설물을 수거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위반하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은 이 규정에 따라 5만원 과태료 부과한 것입니다.
4.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시행규칙)의 제재 규정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되었습니다. 주된 내용은 동물 사육과 관련된 것이고 11개 조항만을 둔 상징적인 법률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전면개정이 되면서 현행법과 유사하게 상세한 동물보호 규정과 관리규정을 두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의 관리 보다는 보호에 중점을 둔 법률. 그 내용도 동물 학대 금지, 동물실험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3조는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 ①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②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③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④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⑤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등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치 인류 역사의 인권선언문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규정입니다. 반려견은 기본적으로 견종을 묻지 않고 목줄 등 안전조치는 필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특정 ‘맹견’의 경우에는 목줄 외에 입마개 등을 갖춰야 합니다.
동물보호법 규정상으로는 모든 반려동물에 대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보호법상 ‘등록대상동물’에 대해서만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등록대상동물이란 현행법상 주택가에서 기르는 개와 주택가 아닌 지역에서 기르는 개 중 반려목적의 개 중 태어난지 3개월이 넘은 개를 말합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주택가에서 키우는 개는 모두 등록대상동물이고, 주택가 아닌 지역에서 키우는 개는 반려견만 등록대상동물입니다. 즉 개를 식용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키운다면 동물보호법상의 등록대상동물은 아닙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는 맹견은 입마개까지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맹견으로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기타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입니다. 기타 개에 포함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프렌치 불독은 맹견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개들도 태어난지 3개월이 넘은 동물들만 입마개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건에서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핵심은 사람을 공격하는 맹견의 안락사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도 안락사 규정은 있습니다. 먼저 각 지자체는 도로나 공원을 배회하는 유기견이나 학대를 받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학대를 받은 후 소유자로부터는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동물에 대해서는 일단 보호조치를 취합니다. 치료가 곤란하다고 수의사가 판단하면 규정상으로는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도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수의사에 의한 안락사를 말합니다. 인도적으로 처리된 후 그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견이 폐기물관리법으로 처리된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동물은 인격이 없는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부득이한 규정입니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유기견들은 10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친 뒤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가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지자체는 동물보호시설에서 유기견들을 데리고 있다가 정원이 다 차면 안락사를 시킵니다. 유기견들이 죽음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입양되는 것입니다. 유기견들은 보통 동물보호소에서 30일 정도 생활을 하고 그 사이에 일반인에게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이렇게 안락사를 당한 개는 14,865마리라고 합니다.
위 두 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안락사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을 공격하는 맹견에 대해서도 안락사를 시킬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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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3 외국의 동물보호법 체계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