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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Nov 29. 2019

수영장에서 코딩할 수 있을까

[놀먹자 치앙마이:로건 1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제이는 수영을 좋아한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첫날 아침부터 수영장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아침에 동네 카페를 기웃거리며 커피 마셨다. 한 달 살기라 쉬엄쉬엄 여유를 즐기려 했지만, 제이는 계속 수영하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요거트 스무디를 반도 먹지 않았다. “나 다 먹었어요”라며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수영하자고 했다. (한 달간 우리집은 '니바스 치앙마이')


“아빠 한 달 동안 수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제이는 기뻐했다. 기쁜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수영장에 내려오지 않은 모로다. 모로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를 제일 좋아한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싶다고 했다.


치앙마이 오기 전 우리는 명확하게 업무 분장을 했다. 수영장 담당은 내 몫이다. 나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니 합리적 배분이다. 우리 가족의 조직 안정성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는 역할과 책임(R&R, Role and Responsibility)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11월의 치앙마이 날씨는 참 좋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고 낮에는 따뜻하다. 낮 기온이 30도 정도지만 습도가 낮아 쾌적하다. 햇빛 아래는 따스하고 그늘은 시원하다. 하와이나 지중해를 여행하는 것 같다.


한여름 날씨는 아니다. 수영장에서 놀기에 100% 적합하지 않다. 물에 들어가면 서늘하지만, 몸을 움직이면 괜찮다. 수온이 높지 않아 오래 놀기는 어렵다. 6월 초여름 느낌이다.



물에서 공놀이 하고, 수영도 가르쳐주고, 1시간 몸을 움직이며 놀았다. 추워지면 잠깐 나와 양지바른 곳에 누웠다. 오후 1시라 햇빛이 적당했다.


제이는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수영장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놀았다. 수줍음 많은 줄 알았는데 새로운 모습을 봤다.


2시간 정도 지나니 함께 놀 수 있는 아이템이 떨어졌다. 제이는 요즘 부쩍 코딩을 좋아한다. 스크래치 2.0 같은 어린이 코딩 프로그램이다. 몇 가지 명령어를 넣으면, 고양이가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고양이를 터치하면 없어지기도 한다.


제이와 함께 할 새로운 게임이 생각났다. 수영장 한쪽 귀퉁이에서 출발해서 3바퀴 도는 프로그램을 발제했다. 온라인 코딩을 오프라인에 접목했다.


제이와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우선 ‘루프’ 코드를 활용해 수영장 모서리까지 직진을 반복한다. ‘만약 OO이라면’ 코드를 활용해 수영장 모서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90도 회전 조건을 걸어둔다. 수영장을 3바퀴 돌아서 이 자리에 오려면 이 코드를 몇 번 반복해야 할까 문제를 풀어보았다.


함께 실행 버튼을 눌렀고 고양이 대신 나와 제이가 코드를 실행했다. 물에 둥둥 떠서 직진했다. 모서리에 닿을 때마다 아들은 “90도 회전하세요, 0번째 루프입니다’라며 카운터를 했다. 그렇게 12번을 반복해 3바퀴 돌았다.



수영장에서 3시간 놀았다. 제이는 행복해했고, 아마도 모로는 더 행복해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행복해하는 사이 제이의 입술 색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살짝 연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안 추워? 괜찮아?” 물었지만 계속 괜찮다고 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점심은 집에서 싱하 맥주에 바나나로 낮술 하고, 저녁은 집 근처 야시장에서 먹었다. 치앙마이 대학교 정문 앞의 ‘나머 야시장’이다. 대학교 앞이라 젊은 학생들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똠얌꿍, 오믈렛, 모닝글로리, 망고를 시켰다. 합해서 400바트(16000원)이다. 똠얌꿍은 국물이 시원해 먹으며 해장이 됐고, 오믈렛은 계란과 고기를 기름에 튀겼다. 맛없기 힘들다.



불빛이 화려한 야시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제이는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더 놀자고 했다.


얼굴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다크서클이 입까지 내려왔고, 코 주변엔 거뭇거뭇한 수염이 보이는 듯했다.


집에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제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눈물이 나요.”


모로는 우는 아들을 달래며 재웠다. 재우는 건 모로의 역할이다. “계속 놀고 싶다”는 말을 다 들어주었다가, 제이의 체력이 바닥났다.


다 큰 것 같지만 아직은 아기다. 놀 때는 너무 재밌어서 본인의 체력 안배를 할 줄 모른다. 나는 그걸 모르고 그냥 놀고 싶다고 하면 더 놀게 했다.


“더 놀고 싶다”는 명령어를 받아도, 제이의 몸 상태 체크해 루프를 중단해야 했다. 사람은 코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아빠는 아직 부족하다.



로건의 픽

나머 야시장 '똠얌꿍' (150바트 / 6000원)


태국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 똠얌꿍이나 팟타이를 현지 식당에서 먹는다. 현지 식당의 기준은,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 되지 않은, 구글 맵에서 한국어 리뷰가 거의 없는 곳이다. 한국인에게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태국에 왔구나'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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