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먹자 치앙마이:로건 2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모로와 나는 2011년 4월 결혼했다. 같은 해 8월 우리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나는 태국에 가고 싶었고 모로는 호주에 가고 싶었다. 서로 가고 싶은 곳이 명확했다. 협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결혼하고 첫 해외여행, 행선지는 달랐다.
신혼부부라 그리울 것 같았다. 홍콩 경유하는 캐세이퍼시픽 항공기를 탔다. 돌아오는 길 스탑오버했다. 마지막 5일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함께 보냈다.
모로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여행’이다. 모로와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여행 가고 싶다고 하면 이해해 줄 것 같았다. 허락이 어렵다는 걸, 먼저 결혼한 사람들 보며 알고 있었다.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면 친한 사람들도 싸워서 돌아온다고 한다. 나는 모로와 함께 한 여행에서 거의 싸워 본 적이 없다.(일상에선 종종 싸운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서로 명확했다. 같다면 같이 다녔고, 다르다면 따로 다녔다.
제이가 태어난 후에도 이런 우리의 방향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 사람이 제이와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는 점만 빼고는. 어린 제이와 함께 할 ‘당번 제도’를 도입했다.
물 좋아하는 제이를 위해, 수영장과 식당이 잘 준비된 숙소를 잡았다. 한 사람이 숙소에서 제이와 함께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왔다. 어린아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보다는, 한 사람의 큰 행복을 택했다.
7살이 된 제이는 본인의 의사표현을 제법 잘한다. 무엇을 먹고 싶고 어디에 가고 싶은지 말한다. 이제 제이도 본인의 욕구에 충실하는 법을 알았다.
치앙마이 둘째 날, 숙소에서 멀지 않은 ‘펭귄 빌리지’ 예술인 마을에 갔다. 사전 정보에 의하면 예술인 공동체 마을이라고 하는데, 영업 중인 곳은 옷이나 소품을 파는 숍 한 곳과 ‘펭귄 게토’ 카페뿐이었다. 실망할 법도 한데, 우리는 숍과 카페 모두 마음에 들었다.
우린 서로 욕구에 충실했다. 사진 찍고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는 펭귄 게토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카페 이곳저곳 사진 찍었다.
내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모로는 바로 맞은 편 숍에 갔다.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다행히 커피는 만들어지는 순서대로 천천히 나왔다. 치앙마이에서는 이런 기다림도 어색하지 않다.
모로의 아이스 라테가 나왔다. 얼음이 약간 녹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모로는 원피스 하나와 키링을 사 오면서 “여기 예쁜 거 진짜 많다. 다음 주에 또 와야지” 했다. 느낌 있는 숍을 좋아하는 모로에게 꽤나 괜찮은 곳이었나 보다.
제이는 카페에 걸어오는 동안 들른 문구점에서 사 온 컴퍼스 세트를 보면서 기뻐했다. 자로 여기저기 측정하며 “컵은 8cm”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녁엔 '치앙마이 새러데이 마켓' 야시장에 들렀다. 나는 1시간에 150바트(600원) 짜리 발 마사지를 받았다. 제이는 내 옆에서 수박 주스를 마시며 잠시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 그러는 동안 모로는 야시장에서 ‘느낌 있는 원피스’를 한 벌 더 사 왔다.
셋이 함께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욕구를 충족한다.
마사지를 마치고 하나에 10바트(400원) 짜리 꼬치를 잔뜩 포장해서 숙소에서 함께 먹었다. 먹을 때는 언제나 함께다.
로건의 픽
펭귄 게토 카페 ‘플라스크 큐브라테’ (70바트 / 2800원)
에스프레소 얼음에 뜨거운 스팀 우유를 부어먹는다. 실험실에서 보았던 플라스크처럼 주둥이가 좁아 우유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조금씩 부어먹으면 커피 향이 진하면서도 차가운 라테를 맛볼 수 있다. ‘플라스크 큐브라테’는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