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었더라?

먹고 사느라 바쁜 30대

by 엄디터

중국 출장을 왔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다 뻗었고, 지금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정저우라는 곳인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도시의 일상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한국어를 쓰면 “한국인이다!”며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


한 관광지에서는 담당자가 나와서 관광지를 안내해준다. 함께 온 인플루언서들은 각자 자신의 콘텐츠를 찍느라 바쁘고, 우리를 찍는 관공서 직원들은 파파라치러럼 열정적이다. 보고서에 올릴 사진을 찍는 거겠지만, 어느 순간은 소장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1952 기억 문화 거리, 비누공장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서 문화거리로 만들었다. 카페, 레스토랑, 체험 공방 등 다양한 것들로 꽉 채워진 젊은 사람들의 길이다. 자유시간만 준다면 맛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싶건만. 여유를 즐길 시간 한 번 주지 않고 쉼없이 이동이다. 짧은 시간 동안 봐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공간의 유명한 음료와 먹거리는 전부 들고와 나눠줬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손에는 커피 두 잔과 나눠준 기념품이 들려 있다.


오늘은 뤄양으로 간다. 8대 고도로 알려진 도시, 삼국지에서도 나온 도시, 측천무후의 은천문이 있고, 많은 왕국의 수도를 지녔던 땅. 이동 중인 버스에서 인스타를 열었다. 20대들의 멋진 일상을 엿보고 왔다. 무한하게 펼치는 그들의 꿈 앞에서 나는 잠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도 저렇게 꿈 꾸던 적이 있는데.


어릴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언젠가 다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계여행. 그런 걸 가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 돈은 어디서 벌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겨우 번 1,000만원으로 유럽을 한 바퀴 돌다 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계속 거기에서 그렇게 앞날이 없이 그날의 아름다움으로 하루를 살고 싶었다.


30대가 되었고, 이제는 미래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요상하게나마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사실은 계속계속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한국이 싫은게 아니라 한번쯤은 원하는 만큼 떠돌고 싶었거든.


아무것도 모를 때 무모하게 떠나는 것보다, 모든 걸 다 알기에 떠나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제멋대로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주위에는 결혼한 지인들이 많다. 당연하지. 30이 되고 나서부터 1년에 5-6번은 결혼식에 갔다.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다. 늘 세계를 돌아다니는 나를 보면서, 다들 한번은 나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부럽다고.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걸 부러워한다. 나도 그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한 안온한 일상을 완성한 것들보다, 그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며 행복해하는 마음이. 나는 원하지 않았다, 그 평범한 일상을. 가족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단단하게 살아가는 삶을 말이다. 그래서 외로울 때가 있다. 왜 난 이렇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선택을 더 원하는 걸까. 왜 이 선택이 아니면 안되는 마음을 가진걸까. 가끔 아이와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그러나 그 삶을 나는 선택하지 않겠지.


30살이 넘고 중반을 지나면서 나는 보여줘야했다. 나에게, 부모에게, 지인들에게. 행복하고 즐겁고 그리고 아주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건 아니겠지만, 그 이전에 내 자신에게도 보여주어야 한다.


너 그래, 꽤 멋지고 즐겁게 잘 살고 있어, 라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더라.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 장래희망은 소설가였지만, 중학생 때부터 그런 건 결정해 놓았다. 평범한 회사원은 되지 말자.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문득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삶이 아니었는데.’하고 깨달으며 좌절하는 어른은 되지 말자.


그런 거 보면 그래. 잘 살고 있다, 나. 먹고 살기 바빠서 무작정 돈 들고 떠날 수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꽤 원하는 길로 잘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만들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기르지만. 내가 걷는 길의 끝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어디로 닿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집을 찾아 떠나는 방황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이래도 괜찮지 않나.


어제도 호텔방에 누워서, 그 익숙한 낯섬 속에 몸을 누이고 잠에 들었다. 그게 지금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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