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살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이유

애인도 없고요 결혼도 안햇어요

by 엄디터

나트랑 이틀차. 간밤에 원고 마감을 하느라 오늘 아침 5시에 잠들었고, 9시 30분에 ‘조식!!’하면서 벌떡 일어나 쌀국수 한 그릇을 야무지게 먹었다. 좀 부담되는 일을 끝내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늘은 나의 제주도 이사에 대해서 남겨볼까.


지금 나는 서귀포에 산다.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좋은 위치고, 제주도에 있는 친구들이 이쪽에 살기에 큰 고민없이 결정했다. 2월에 집을 구했고, 서울 짐을 다 빼서 5월에 입주했다. 베란다 대각선에 바다가 보이는, 나의 자그마한 아파트.


내가 제주도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필요한가. 20년 넘게 살던 동네에서 강제로 떠나야 했던 날을 꺼내야 할까.


20대 후반에 날 만난 친구들은 내가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줄 알지만 사실 내 고향은 서울이다. 옥수동, 조용하고 언덕이 많은 그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았다. 어떤 가족이나 돈 문제가 있었을테니 길게 말할 건 없지. 우리도 그중 하나였으므로. 301호, 봄이면 베란다에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보였고 부엌창문으론 노란 개나리가 보였다. 겨울에 함박눈이 쌓이면 집안은 온통 환해졌고. 난 정말이지 그 동네를, 나의 방을 사랑했다.


이 집을 팔고 다른 도시로 이사했을 때를 기억한다. 서울에서 쫓겨나듯 인천으로 넘어갔다. 여러 사정이 있어서 가게 된 도시였지만, 조수석에 앉아서 햇빛이 강렬하게 쏟아지던 그 도로가 잊혀지지 않는다. 품에 가만히 누워있던 나의 작은 강아지도 그렇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떤 곳도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사간 후 8년간 살았던 곳도, 직장을 위해 자취를 시작해서 얻은 오피스텔과 빌라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제주도에 구한 나의 집도.


집에서도 낯선 도시에서도 나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지. 내 방이 있고, 부모님이 계신, 나의 공간에 있을 때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게.


오래 살던 그 동네에서 떠난 이후, 나는 계속 집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떠돌아도, 날 아는 이들 하나 없는 나라에서 홀로 동 떨어진 채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그렇게 한참을 떠돌다가 정작 집에 가서 침대에 누우면 ‘집에 가고 싶다’고 읊조리는 내가 있다. 그 기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나에게 집은 무엇이었을까.


제주도 집은 어쨋거나 나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들어준다. 툭하면 풍덩,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건 꽤나 짜릿하다. 높은 건물이 없어 매일 드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도, 구름이 가득 낀 한라산에 감탄하게 되는 것도. 제주에 살다 보면 제주 뽕이 막 차오른다. 정말 마구마구.


그 좋은 나의 집을 두고 오늘도 나는 밖에 있다. 베트남 여행 중에 쓴 이 글들을, 여행이 끝난 후 한국에서 쓰고 있다. 내일이면 또 중국으로 출장을 간다. 이렇듯 늘 떠도니, 발밑이 붕- 떠 있는 기분이다.


아 그러니까 결론을 내야지. 제주에 간 이유는, 별거없다. 서울에 사나 제주에 사나, 떠도는 것은 똑같으니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한 것 뿐. 20대 때 이미 충분히 도심을 누리고 즐겼다. 그걸로 정말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돌아다니고 있다. 오지 않을 나의 집을 기다리면서. 거기서 밀려오는 작은 외로움을 견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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