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도착하니 키가 크고 덩치가 듬직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딘가 정말 다른 종족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당연히 바이킹의 후예인 게르만족이니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종족이긴 하지만 눈높이가 너무 달라서 그런지 다른 도시 사람들과는 또 다른 인상을 주었다.
요즘 화려한 디자인의 외형으로 현혹시키는 건축물이 많지만 직접 방문했을 때 디테일이 엉망이거나 그 외형을 따라가지 못해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일의 건축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디테일이 섬세해 실제로 보았을 때 상상 그 이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독일 건축가들은 디테일에 뛰어나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회사에서 디테일 전문가로 근무하곤 한다. 영국에서 함께 일한 독일인 동료들은 늘 논리적이고 명확한 편이었다. 논리정연하고 딱딱한 독일 스타일 건축을 배운 독일인 A는 자유로운 건축을 하는 편이었고, 그런 건축을 하고 싶어서 영국으로 왔다고 했다. 독일에서 자유로운 건축과 곡선을 사랑했다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팀에서 가장 딱딱하고 반듯한 건축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독일과 사람, 그리고 독일의 건축은 꼭 닮았다.
처음 베를린을 방문했던 날엔 비가 내렸다. 으슬으슬 추운 유럽 특유의 겨울 날씨에 번화가가 아닌 조용하고 황량한 거리를 홀로 걸으며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후 그 도시를 두 번이나 더 여행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베를린은 꼭 봐야 할 현대건축물이 많다. 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첫 느낌과 달리 나중엔 둘러볼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아주 계획적이거나 정확하게 정리해 다니는 편이 아니라 늘 걸어 다니며 여기저기 헤매곤 한다. 그러다 보면 다리는 아프지만, 우연히 발견되는 그 도시의 진짜 모습과 그 도시 사람들의 일상들을 볼 수 있다.
베를린은 거짓 없이 솔직하고, 장식 없이 소박하며, 반듯하고 원칙주의적인 도시다. 넓은 도로, 황량한 거리, 장식 없는 건물들이 유럽의 아기자기한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베를린은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을 닮았다.
유명한 관광지나 관광지 앞의 음식은 진짜 그곳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호감 가는 도시는 우연히 마주치는 일상이 흥미로운 곳이다. 베를린의 첫 느낌은 어두웠지만 베를린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골목골목의 일상과 사람들은 볼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그런 도시였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바로크풍 건물들 사이에 최첨단의 막구조 지붕이 어우러져 있고 딱딱한 독일어를 하며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지도를 들고 길에 서 있으면 먼저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봐 주는 그런 이질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몇몇 건축물들이 있다. 건축물의 공간 자체로 유태인에 대한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유태인 박물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현대 미술 및 건축 교육의 근간이 된 바우하우스의 자료를 전시하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1890년대 건축물의 돔부분을 철골과 유리의 현대적인 재료로 바꾼 독일의사당, 아엠페이의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독일역사박물관, 재료와 디테일이 뛰어난 바스티안 갤러리, 화려한 색채의 입면이 드러나는 GSW사옥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국적도 형태도 재료도 다른 건축물들이 모여 가장 베를린다운 공기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내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 베를린은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을 닮았다②
‘유태인박물관 Jewish Museum_다니엘 리베스킨드’로 이어집니다.
글 | 지오아키텍처 이주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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