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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May 17. 2021

다시 너와,

돌고 돌아 만나는 건, 결국에 인연이란 뜻일지도 몰라.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몇 개의 옷깃을 스쳤고, 나름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을 겪은 뒤 첫사랑과 다시 만나게 된 건 결국 인연인 건가.



대학에 입학한 해 겨울부터 오랜 시간을 지루하게도 짝사랑했던 첫사랑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5년에 그와 그만 보는 게 좋겠다 판단한 이후로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났고, 그중엔 100일 당일 헤어진 사람도, 정말 잘생긴 사람도, 사람 자체가 참 좋아 3년이 넘게 만난 사람도, 두 번이나 만난 사람도, 한 달을 채 못 만난 사람도 있었다. 29년의 삶에서 5명의 남자와 6번의 연애를 하고, 이 중 3명을 사랑했다.(짝사랑이었던 첫사랑을 뺀다면,) 이 정도면 사랑을 좀 아는 사람의 대열에 나도 낄 수 있을까. 연애를 한 횟수가 아니라 내 마음을 한 사람에게 무모히 내던지는 용기를 냈던 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난 분명 사랑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했던 세 번의 사랑은 그 형태가 전부 달랐으며, 내 사랑이 그랬듯 세상 모든 연인들의 사랑은 그 모습이 제각각일 터. 그중에서도 내게 맞는 사랑은 고작 일부일 것이다. 보편의 말처럼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랑이 실패한 거라면, 결국 난 세 번의 사랑에서 전부 실패했지만 이젠 적어도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어느 정도는 알겠다.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시원한 웃음이 멋진 사람이었다.  또한 나름의 근심과 걱정을 지나왔겠지만 예전의 순수함이 여전히 그의 눈과 입에 묻어나는  보니 그동안  행복하게 살았을 그의 과거에 고마워졌다. 그에게 연락해, 어찌 사느냐 물었을 순간엔, 정말 그와 연인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은 의도도, 마음도, 기대도 없었다. 우연한 날에 갑자기 밀려든 용기와 아쉬움에  번은 없을 일탈을 감행하고, 이로써 첫사랑을 다시 만나 또다시 그에게 빠지는  얼마나 어려운 확률일까. 치를 떨며 이전의 연애를 끝낸  사랑을 불신하고 환멸감을 느끼던 나를 그가 달래줬다. 이미 사랑은 시작됐고, 나는 이제 그를  마음껏 사랑할 것이다.


나는 너를 이렇게 사랑하겠다. (1) 네 장점은 장점 그대로, 단점은 단점 그대로 이해하는 사랑을 할 것이다. 나와 너를 포함해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사소한 단점으로 너의 전체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그깟 단점 따위는 상냥한 널, 똑똑한 널, 멋진 외모의 널, 날 이렇게나 좋아해 주는 널 사랑하는 마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 (2) 오늘의 너뿐 아니라, 네가 밟아온 과거를, 네가 밟아갈 미래를 궁금해하고, 이 모든 것을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사랑할 것이다. 지금의 네 태도와 가치관을 만들어준 생각과 추억들을 묻고, 이들을 가치판단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네 취향과 성격을 베베 꼬아 이해하지 않고, 네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를 아낄 것이다. (3) 화려한 포장지로 서로를 감싸지 않아도, 대단한 변화가 없더라도, 가벼운 일상을 나누는 게 행복한 사랑을 할 것이다. 대단한 contents가 없는 날에도 지금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니, 오늘의 건강한 연애가 계속되게 할 것이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본인의 행복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의 행복을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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