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부서 회식 중에 같은 부서의 여직원으로부터 결혼식 주례를 서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그러자라고 화답하며 회식을 마쳤습니다.
다음 날, 그 여직원이 다신 한번 확인을 받으러 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어제는 농담인 줄 알았다, 신랑 될 사람의 동의도 있어야 되는 게 아니냐?, 회사에서 높은 분들도 계시는데, 나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직원은 신랑 될 사람과 이미 합의해서 결정했다며, 내가 주례를 서지 않으면 퇴사를 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였습니다.
결국에 협박에 굴복(?)하여 주례를 서게 되었습니다.
그다음부터 저는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 결혼식에서나 들을 수 있을 듯한 뻔한 주례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듣기 좋은 덕담보다는 저의 결혼 생활에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얘기해 주고, 어떠한 마음으로 둘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당부의 말을 준비했습니다.
신랑신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실상 나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제가 올리는 내용과 맥락이 연결되는 것 같아 그 당시 준비했던 주례사 전문을 올려 봅니다.
참고로 저에게 주례를 부탁했던 여직원은 현재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같은 회사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남편, 초등학생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주례 이후, 저는 매년 그 여직원 생일에 축하인사와 함께 조그마한 케이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주례가 난생처음입니다.
이렇게 처음인 주례가 제가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회사 후배 결혼식이라는 것에 대해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주례를 준비하면서 두 사람에게 어떤 아름답고 예쁜 축하의 말을 해줘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저는 듣기 좋은 덕담보다는 저의 결혼생활에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두 사람이 결혼 후에 어떠한 마음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딱 두 가지의 당부의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아도 기억하기 어렵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막연한 축하의 말로만 채우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것 같고, 이렇게 덕담한 하는 건 저에게 주례를 부탁한 신랑신부가 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예.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올해(2015년) 초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생>에서 시청자들에게 욕을 많이 먹은 마 부장이라는 사람이 안영이를 막 혼내면서 ‘너는 지금 사업놀이를 하고 있냐?’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시간 이후로 결혼 생활을 절대로 ‘결혼 놀이’ 같이 낭만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결혼은 연애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서로 연애할 때는 몰랐던 일들이 결혼 후에는 서로에게 커다란 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때 두 사람은 부부로서 부부의 자격으로 그 문제를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결혼을 하면 가장 큰 착각을 하는 것이 몇 년의 연애 기간도 있고 해서 둘이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큰 오해입니다.
어떠한 일이 닥쳤을 때, 나는 이렇게 했는데,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할까..라는 생각….
두 사람의 연애 기간에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하셨을 겁니다.
거의 30년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하나로 합치고, 두 사람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고 또한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애 기간에서는 그러한 일이 있으면 한번 싸우고, 며칠 안 만나고 나면 서로 화해하고, 원상 복귀됩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하면 안 되겠죠...
또한, 연애를 할 때는 서로의 좋은 면 만을 바라보게 되지만, 결혼 후에는 서로의 좋지 않은 면, 즉 단점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연애 생활보다 결혼 생활이 더욱 힘들고, 서로에게 ‘넌 변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결혼 이후에는 연애 시절보다 더욱더 서로를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결혼 후에 아침 햇살이 가득히 창가로 들어오고, 하얀색 투명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면 신랑에 폭 안겨서 자고 있던 신부가 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는 그러한 장면이 실루엣 같은 화면 처리로 아주 낭만적으로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어떨 것 같습니까? 서로의 눈곱도 보일 거고, 자다가 일어나서 입냄새도 날 거고, 아니면 서로의 코 고는 소리, 아니면 이가는 소리로 잠을 설쳐 서로에게 투덜거릴 수 있습니다.
이게 결혼 생활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둘은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주말 부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하실 거라 믿지만, 주말 부부를 한다고 주말에 만나서 서로가 나는 피곤하니 네가 나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로 안됩니다.
이럴수록 서로가 더욱 조심해야 하고, 서로의 입장을 항상 생각해야 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합니다.
항상 역지사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역지사지를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항상 서로 상대를 배려하여야 합니다. 이게 제 첫 번째 당부입니다.
두 번째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항상 둘의 문제는 둘이 주체가 되어 서로 상의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랑이나 신부에게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하여야 할까요? 또 누구와 먼저 상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절대로 남편, 또는 아내를 제쳐두고, 부모님께 먼저 연락을 드리고 답을 구해서는 안됩니다.
부모님께 의존하면 안 됩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여러분을 잘 낳아주시고, 잘 키우시고, 이렇게 좋은 서로의 반쪽을 보시면서, 앉아 계시는 이 순간까지입니다.
이제부터 부모님은 두 사람을 독립시키고, 부모님 두 분만의 삶을 사셔야 합니다.
부모님도 부모님 두 분의 문화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부모님도 두 사람의 문제를 결혼 후에도 부모님 본인이 떠안으실 생각은 없으실 겁니다.
결혼 이후 인생의 망망대해 항해는 오로지 두 사람의 몫입니다.
여기서 부모님과 연락을 끊고 살라는 오해를 해서는 안됩니다.
부모님께 연락도 자주 드리고, 상의드릴 일이 있으면 당연히 상의드려야지요.
제 말씀은 두 사람의 충분히 합의된 의견을 가지고, 상의드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로가 합의가 안된 사안을 부모님께 드리면 안 됩니다. 부모님도 헷갈려하십니다.
결혼 생활이란 두 사람 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 이후부터 부부라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또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항상 명심하고, 부부만의 공동체 문화를 찾아가는 결혼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결혼식 중간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지만, 결혼식 마치고도 양가 부모님께 꼭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