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왜 한국에 GPU 26만 장을 팔았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 AI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공정을 최적화하며, 로봇을 움직이고, 차량을 자율주행시키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AI는 이제 우리의 일상과 업무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었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2016년 3월에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었다. 알파고가 4:1 완승을 거두며, 사람들에게 '기계도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라고 인식시켜 준 날이었다.
다만, 알파고는 약 170kW에 달하는 전력을 사용했다. 인간의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약 0.02kW라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알파고는 8,500명이 사용하는 에너지로 1명의 인간과 바둑을 둔 셈이다. 인공지능이 가진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주었다.
AI 기술은 인식형, 생성형을 거쳐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발전해 왔다.
인식형은 주어진 규칙에 따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다. 초기 AI 번역기나 음성인식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생성형은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ChatGPT,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인간이 생각하는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가 가진 '두뇌'를 바탕으로 로봇 형태로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뇌를 장착한 로봇이다. 자율 주행차가 나왔고, 물건을 정리하거나 배달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휴머노이드)은 다른 로봇을 조작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초입에 와 있다.
AI가 발전하려면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젠슨 황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이 발달된 한국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GPU) 26만 장을 공급하며 적극적으로 협력 의지를 보이는 이유다.
엔비디아 목표는 단순히 GPU를 파는 것이 아니고, AI 시대의 운영체제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PC 시장에서 윈도우가 운영체제 표준이 되었던 것처럼, 엔비디아는 '엔비디아 기반 AI 생태계'가 표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그 첫 발걸음이 제조업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를 향했고, 우리를 핵심 파트너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은 '선물'이라고 부르지만, 제 값을 치르고 구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PU 확보를 통해 우리는 AI 연구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 GPU 26만 장을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AI 강국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달려 있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AI는 인간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고,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존재가 될 것이다. AI가 우리에게 솔루션을 주더라도 그 솔루션에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을 정하는 존재는 결국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결국, AI를 적절히 다루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AI는 계산하는 기계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