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법칙을 우리 삶에 적용하면?
공학의 수많은 법칙들 가운데 '열역학 법칙(Thermodynamics Laws)'은 세상의 질서를 가장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열역학 법칙은 단순히 교과서 속의 이론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커피가 식는 이유, 자동차가 달리는 힘, 우리가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까지 모두 이 법칙 안에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변화와 질서가 열역학 법칙이다.
열역학 제0법칙은 열적 평형을 말한다.
"A와 B가 열평형 상태이고, B와 C가 열평형 상태라면, A와 C 역시 열평형 상태다."
이 간단한 문장은 온도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비교할 수 있게 만든다. 커피가 식는 것도, 얼음이 녹는 것도 결국 이 평형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사람의 체온을 잴 때 체온계 속 수은 기둥은 우리 몸과 열을 주고받는다. 어느 순간 수은 온도가 우리 체온과 같아지면 더 이상 열이 이동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열평형이고, 그때 수은이 가리키는 눈금이 바로 체온이다. 이 단순한 원리로 온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사람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열평형'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건 서로의 마음 온도가 같아져 평형이 된 상태이다. 반대로, 한쪽만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가우면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제0법칙은 공감의 법칙이라 할 수도 있다. 서로에게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 관계의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이다.
"에너지는 형태를 바꿀 수는 있어도 새로 만들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보일러가 연료를 태워 스팀을 만들고, 그 스팀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흐름이 제1법칙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열량(Calorie)은 몸속에서 연소되어 열과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남는 열량은 지방으로 차곡차곡 저장되면서 체중이 증가한다.
에너지는 단지 이동하고 변형될 뿐, 그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
우리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땀방울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꾸어 때로는 성장으로, 혹은 실패를 견디는 힘으로 남는다. 에너지 총량은 변함없듯, 꾸준한 노력도 헛되지 않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다.
"열은 스스로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는 저절로 식지만, 식은 커피는 저절로 뜨거워지지 않는다. 식은 커피를 다시 뜨겁게 하려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 정도를 뜻하며 자연은 언제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분리되어 있는 산소와 질소가 서로 섞이면 자발적으로 다시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흘러간 감정과 관계도 예전 모습 그대로 되돌릴 수 없다.
공학에서도 이 엔트로피 때문에 100% 효율이 불가능하다
고온부의 열이 전부 일로 바뀌면, 즉 효율이 100%라면 저온으로 전달되는 열이 없으므로 저온부는 절대 0도가 되어야 한다. 이는 현실에서 불가능하므로 열로 빠져나가야 하고, 그만큼 효율은 낮아진다.
결국 엔지니어는 이러한 불가피한 손실 속에서도 최적의 균형을 찾아 설계한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관계는 없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최적의 균형이 있을 뿐이다.
열역학 제3법칙은 절대영도를 이야기한다. 즉, 절대적인 '끝'을 설명한다.
"절대 영도 (-273.15oC= 0K)에서 엔트로피는 0(zero)에 수렴한다."
이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사라지는 끝 지점이다.
샤를의 법칙에 따르면, 온도가 낮아지면 부피가 감소한다. (기억이 지워졌지만,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음 -_-;;) 압력이 일정할 때 기체 온도가 1oC 감소하면, 기체가 0oC 일 때 부피 기준으로 1/273.15 만큼 줄어든다. 그러면, -273.15oC가 되면 부피는 zero(0)가 된다. 이 온도를 절대 영도(0K, K=kelvin)로 정의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적으로 절대영도에 도달할 수 없다. 온도를 낮출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완전한 0(zero)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0 K(kelvin)가 되기 전에 기체는 이미 액체로 변한다.
그렇지만, 이 도달할 수 없는 한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초전도체,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MRI 의료기기 같은 기술이 태어났다.
열역학 법칙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제0법칙은 타인과 공감 능력이고, 제1법칙은 꾸준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제2법칙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려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3법칙은 완벽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
결국 과학과 철학은 서로 먼 분야가 아니다.
과학은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철학은 삶의 이치를 설명한다.
열역학 법칙으로 우리 삶을 설명할 수 있듯이 과학과 철학은 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