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상대를 하다가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홍보를 하면서 조직 내 메인(주력) 사업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언론사에서 편집국이 핵심부서 이듯이 기업체에서도 핵심부서에 일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든다. 앞에서도 계속 얘기했듯이 기업체에서 홍보팀은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소진하는 지원부서이다. 그래서인지 대표가 각별히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일부 구악(과거 악습) 기자라도 만나게 되면 홍보팀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술 마시고 저녁 늦게 전화해 따지는 경우 등 홍보팀에 있다 보면 말 못 한 고충이 많다. 필자는 해외 휴양지에서 전화를 받아 30분 넘게 통화한 적이 있다. 당일 관광 프로그램을 예약했었는데 이 전화통화로 인해 프로그램을 소화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정말 미안했다.
홍보팀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 일단 타 부서 이동을 시도하게 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핵심부서는 아무래도 전문성을 요한다. 그 부서 막내로 들어가 일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자 출신이라면 아무래도 관리자급으로 가게 될 텐데 업무를 모르는 사람을 관리자로 맡기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꾸준히 노크하면 이동 가능
그럼에도 계속 노크하면 결국은 문은 열린다. 주변에도 기자 출신으로 핵심 관리부서인 경영기획팀, 연구관리팀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를 봤다. 대부분 홍보팀보다는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일단 성과를 내야 되고 제대로 된 아웃풋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기자에게 시달리는 고충은 덜 수 있다.
한 번에 핵심부서로 가는 것보다는 지원부서를 돌다가 가는 것도 추천한다. 지원부서라도 여러 곳을 하다 보면 기업 내 다양한 업무를 두루 알 수 있고 이는 또 하나의 사내 개인 경쟁력이 된다는 점도 명심하라.
내부 홍보 담당자 직접 찾아야
홍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본인이 빠진 자리를 채울 사람이다. 필자는 인력 200명 이상의 조직에 있었음에도 대체 인력 찾는 게 매우 어려웠다. 단적으로 대리 이하 주니어들 대상으로 한 희망부서 조사에서 홍보팀 지원자는 한 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1 지망이 아닌 2 지망이었다. 정말 충격적인 조사 결과였다. 그만큼 요즘 젊은 세대는 홍보업무에 관심이 없다. 정확히는 기자를 접대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 이동을 위해서는 개인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상사에게 잘하는 사람보다는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사람들이 중용되는 시대다. ‘블라이드’ 앱, 내부 사내 게시판 등에서 평가가 좋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긴다.
결국 인간 문제다. 기자직을 내려놓고 홍보 업무를 성공하는 것, 회사에서 홍보담당자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홍보팀에서 타 팀으로 이동하는 것 모두 인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이 없다면 오히려 홍보 팀보다 더 한직으로 좌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