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문에 빗방울이 스친다
영리한 빗방울은
수직으로 내리꽂는 대신
각자의 방향과 기울기를 갖고
창문에 제 몸을 힘껏 부딪힌다
하나의 빗방울은
일곱 개의 작은 물방울로 쪼개지며
곧은 점선을 그려내
더 넓은 면적을 가져낸다
창문은 어느새
제 몸을 내던진 빗방울들의 지도가 되었다
버스가 종로를 지난다
거센 비가 내리며
작은 빗방울들의 지도가 뭉개지며 흘러내린다
빗방울은 서로의 근원을 묻지 않고
하나의 빗줄기로 섞여 버스를 타고 흘렀다
검은 단발의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보는지도 모른 채
창밖을 내다본다